2012년 9월 17일 월요일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 김영범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
출간일 : 2012년 07월 05일 | ISBN : 9788997976010
페이지수 : 341쪽 | 판형 : 규격외 변형 | 72시간 이내 출고 가능
부록: 별책부록

도서분야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사


서양 고대철학부터 중세, 근대, 현대까지 훑고 있는 책. 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철학자들을 시대별로 분류해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 철학자들간의 관계(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고, 누구누구는 서로 대립관계이고)를 보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이 눈에 띄는 점(부록으로 큰 브로마이드에 철학자들의 대표할 수 있는 한 문장과 함께 철학자들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그림을 준다).

서양 철학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한 번씩 들어볼 수 있고, 간단하게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으니. 나의 경우 막연히 이름만 들어봤던 니체에 대해 인식이 좀 바뀌게 되었는데, 허무주의라고만 단순히 알고있던 니체가 사실은 수동적 니힐리즘(일시적이고 곧 사라져버릴 운명의 삶을 하찮고 허무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능동적 니힐리즘(변해버리고 사라지고 새롭게 생성되는 세계를 받아들이고-그런 것을 허무하게 받아들이는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삶에서 긍정적 가치를 얻어내려는 것)을 추구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그 밖에도 이름만 들어봤었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단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

다만 근대, 현대로 올수록 개념이 어려워져서인지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짧은 설명만으론 그 이론을 잘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철학자들에 대한 인상과 개념은 간단히 잡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독서에 방향성을 주는 입문서 역할로는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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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나온 55명의 철학자 중 몇몇 관심이 생겨 더 읽어보고 싶은 철학자들

플라톤, 버클리, 흄,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베르그송, 니체, 비트겐슈타인, 라캉, 푸코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둠즈데이 북 - 코니 윌리스


둠즈데이 북

앞표지
열린책들2005. 2. 10. - 820페이지
위트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 코니 윌리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14세기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기를 담고 있다. 「화재 감시원」에서 시작하여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이어지는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두 시대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작가 특유의 코믹한 화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중세학을 전공하는 키브린은 꿈에도 그리던 1320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키브린이 빛과 함께 과거로 사라짐과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그녀가 언제 어디로 갔는지 유일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기술자는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쓰러진다. 한편 중세에 도착한 키브린 역시 끊임없이 울리는 종소리가 불길하게만 느껴지는데....

작가는 '시간여행'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일종의 장치로 이용할 뿐 이러한 시간 여행이 과거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한다. SF 특유의 과학적 사고에 치중하기 보다는 페스트가 막 돌기 시작한 작은 마을을 통해 중세 영국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전하는 한편, 가공할 고통에 맞서는 인간들의 불굴의 의지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처음 작품이 발표되었던 1992년 당시 SF 최고의 권위를 누리고 있던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작가에게 안겨주기도 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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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라는 장치가 보편화되어 역사연구에 사용되고 있는 2054년의 이야기와, '네트'를 통해 중세로 떠난 역사학과 학생 '키브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네트'라는 시간여행 장치가 다른 매체들에서 보아왔던 시간여행 장치와 다른점은 '네트'를 통해 시간여행을 함으로써 '인과모순'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 현대의 의약품 - 항생제, 백신-등을 과거로 가져가 전염병을 치료하여 역사를 바꿔버릴 수도 없고, 최신 무기를 가지고 가 세계정복을 할 수도 없다. 역사를 바꿀 만한 것은 물건이든, 바이러스든, 어떤 것이든 네트를 통과할 수 없다. 심지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떨어질 수 도 없는데, 이는 '네트'가 인과율을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내부적인 원리에 의해 시간, 공간적 편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키브린은 역사학과 학생이다. 자신을 매우 아끼는 던워디 교수님이 중세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며 계속해서 만류하지만, 결국 1320년 페스트가 발병하기 28년 전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키브린이 과거로 떠남과 동시에 네트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를 시작으로 2054년 현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진다. 오퍼레이터는 던워디 교수에게 와서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의식을 잃는다.
중세로 떠난 키브린도 오퍼레이터가 걸린 병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길에 쓰러지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이 키브린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을로 옮겨간다. 그 때문에 키브린은 자신이 어떤 장소에 강하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현대로 돌아가기 위하여 키브린은 그 장소를 알아내야만 한다. 그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키브린은 강하가 잘못되어 원래 목표하던 1320년이 아닌, (페스트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1348년에 강하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소설은 하드 SF는 아니다. 과학적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미래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엄밀한 SF도 아니다( 2054년 미래에 개인용 휴대 통신장비가 없다!...). 또, 치밀한 플롯, 복잡하고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반전 등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잡지 말아야겠다. 이 소설의 재미는 작가가 5년 동안의 자료조사와 준비를 통해 이뤄냈다는 생생한 중세의 묘사,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현대와 중세의 대비. 전염병을 이겨내려는 중세와 현대 사람들의 모습 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할 수 도 있는 스토리를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 캐릭터들의 모습도 이 소설의 재미이다.)

둠즈데이 북에서 그리고 있는 중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열악한 위생상태, 주거환경, 지식수준. 그런 상황에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퍼져나가는 페스트에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균에 대한 지식도 없고, 어떻게 병이 감염이 되는지도 알지 못했던 중세인들은 그저 페스트를 하나님이 내린 벌,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도 그럴것이 전 유럽인구의 1/3~1/2이 죽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페스트에 맞서 중세인들은 여러가지 모습을 보인다. 자포자기하고 미리 무덤을 파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들(페스트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이 사태에 대한 원흉, 비난할 사람을 찾는 사람, 종교의 힘으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신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페스트에 대처한다.  한 편 키브린은 이성적으로는 자신은 과거에 있고, 어찌됬든 이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으며, 자신이 역사를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페스트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막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좌절한다. 키브린의 모습을 통해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키브린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구원해줄 수 있었다. (키브린을 통해 죽는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로슈 신부의 마지막 장면은 눈물 글썽거리면서 읽었다 ㅠㅠ). 키브린을 보며 또다른 생각을 한 것이, 많은 지식과 첨단 기기들로 무장해 중세인들보다 우월해 보이는 우리도, 그러한 도움없이는 중세인과 똑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했다.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이룩한 현대 문명의 위대함, 인간이 이뤄온 진보의 역사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겟지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차이는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2054년위 모습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현대에 퍼져나가는 전염병도 처음엔 무시무시하게 퍼져나간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힘, 발달한 행정체계 등으로 인해 신속하게 전염지역을 격리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위험한 전염병이었지만, 중세의 페스트와 비교해 볼 때, 그 피해의 폭은 적은 편이었고 사람들의 대응도 체계적인 편이었다. 정부가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 위험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아직 완벽하진 않겠지만, 몇백년간 눈부시게 발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매우 다른 두 사회의 모습을 그리지만 한 편으로 사람사는 세상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장면들도 있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어린아이(귀엽더라...), 남녀간의 금지된 사랑(불륜...-_-), 고부갈등... 술자리에서 끝까지 달리는 사람..있을건 다있다..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그 안을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비슷한가보다.

소설 본연의 역할인 읽는 재미는 물론 중세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 이런저런 생각거리까지 주는 소설이었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City of God

신에게 버림 받은 도시. 법보단 총과 마약이 더 가까운 도시. 역설적이게도 그 도시의 별명은 '신의 도시'이다. 사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브라질 빈민가의 심각한 치안상태에 대해 접했었다. 중무장한 범죄조직들로 인해 시가지 내부에서는 조직들간의 총격전, 그들을 소탕하려는 공권력과의 전쟁이 만연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는 듯이 사살당한 조직원 시체옆을 지나가는 주민의 모습, 총격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구경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갱들간의 전쟁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하게 된 고민은 '저 도시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였다. 동전들고 군것질하러 슈퍼에 뛰어가야할 어린아이들이 총이나 돌멩이를 들고 단체로 가게를 털고, 강도 짓을 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폭력이 가득한 도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어린아이들이 범죄에 익숙해지며 자라나는 환경도 문제일 것이고, 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공권력(또는 부패하여 막지 않는 공권력)이 문제일 것이고, 마약 등의 범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구입하는 시민들도 문제이고, 빈민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쉬운 방법이 보이지 않아 범죄의 유혹에 빠지도록 하는 사회도 문제일 수 있겠다. 쉽지 않은 문제이고, 얽혀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 브라질 정부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치안 유지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편 이런 대형 범죄 조직은 마약과 같은 '경제 활동'과 연관이 있으므로 그런 경제 활동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정말 모든 것이 '돈'과 연관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다.

영화는 도시를 주름잡던 갱의 두목이 어린 아이들의 총에 맞아 죽고, 그 어린아이들이 미래의 갱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난다. 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결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론, 몇년 뒤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어떻게 치뤄질지, 두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브라질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2년 9월 3일 월요일

고쳐 쓴 한국 근대사 - 강만길


고쳐 쓴 한국 근대사

앞표지
창비, 2006 - 423페이지

역사에 대한 책을 종종 읽긴 했지만 주로 삼국시대, 가까워봤자 조선시대가 전부였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근대 역사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그래도 정상적인 근대사 수업을 들은 고등학생 정도의 지식은 갖추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1부: 양반 지배체제의 와해와 민중세계의 성장, 2부: 외세 침략과 국민국가 수립의 실패 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하지만 한계가 엿보였던 조선 후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2부에선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은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근대화에 가까이 있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웠던 것 뿐이지, 객관적으로는 아직도 봉건주의 사회를 한참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사회적으로는 양반 지배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고 양반의 권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양반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돈으로 신분을 사는 등의 방법으로), 평등 사상이 퍼져나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상업을 천시해서 거의 발전하지 못했던 조선 초기, 중기와는 다르게 상업이 조금씩 부흥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공업이나 산업이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거의 물물교환을 하던 이전과 다르게 조금씩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안정적으로 화폐를 유통시키지 못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화폐질서가 교란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문화적으로는 문호를 개방하고 서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기득권층이 권력 유지 욕심으로 쇄국 정책을 고수한 탓에 서양의 발달한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선 후기의 모습은 비합리적이고 효율성이 낮았던 조선의 봉건적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민중 세계에서는 퍼져나갔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긴 했지만 곧 닥쳐올 외세의 침입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근대 속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근대화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잡지 못한 것이다. 실학자들이 외국의 학문을 받아들이려 했고, 농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학자들은 기성 정치 세력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정치세력화하지 못했다. 농민운동은 어느 정도 힘은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정치 체제, 국가에 대한 인식에 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고 자신들의 삶을 힘들게 한 지방 관리 등을 처단하는 정도 밖에 해내지 못해, 산발적인 저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더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도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근대화를 추진한 쪽이 반대하는 쪽을 이길 수 있을 만한 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방 세력들, 지배층이 전부 선비, 양반들이여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데 반해, 일본은 지방 세력들이 제각각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앙 집권 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어 있었던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선의 문호 개방후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좀 더 한숨이 나오는데,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열강들의 침략을 제대로 방비하기에는 조선의 국가적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아보인다. 나름대로 조선도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면도 있다. 갑신정변, 갑오개혁 등이 그러한 예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들도 방법론적으로는 외세의 힘에 기대어 개혁을 하려고 한 한계점, 사상적으로는 현대적 공화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군주제에 머물러 있으려 했던 한계점이 있다. 또한 일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던 개혁이었던만큼 실제로 일본의 조선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개혁이었던 점도 없지않아 있었다.

또한 민족 자본 형성의 실패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열강들과의 불평등조약, 열강들의 조선 토지, 지하자원, 철도부설권 등의 침탈, 화폐개혁의 실패(정부의 무능력과 일본 화폐의 유입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한제국 의 힘든 상황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많은 민족운동이 있었는데, 갑오 농민전쟁, 독립협회 운동, 의병전쟁, 애국계몽운동 등이 있었다. 갑오농민전쟁과 의병전쟁은 주로 농민층, 서민층들의 무력 항쟁이었고,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은 지식인들 층의 운동이었다.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 등은 의병전쟁과 같은 무력항쟁과 연결되지 못해 지식인 층과 서민층 간의 통일된 힘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국계몽운동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모토아래, 국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활발한 교육운동을 비롯하여 많은 활동을 하였다.

조선 후기 개항 후부터 대한제국의 한일합방때까지 일본은 차근차근 조선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조선은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아있었고 안타깝게도 500년 사직을 문닫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조금 가는 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도층의 몇 번의 잘못된 결정, 잘못된 판단으로도 쉽게 일어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었겠지만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로부터 눈을 닫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만 했던 지도층의 잘못된 판단은 어떤 식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만으로도 나라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봉건주의적 군주제, 세도정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볼 수 있었고, 속도는 좀 느리고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얼마전에 읽었던 '제국: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에서의 영국과 조선을 비교해 보면서, 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 혁신, 개방 등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 책이었다.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화차 - 미야베 미유키


화차(개정판)(개정판 2판)

앞표지
시아출판사2006. 10. 31. - 461페이지





미야베 미유키는 재밌는 글을 쓴다. 화차는 내가 읽은 세 번째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다 (이전에 읽은 두개는 '모방범'과 '낙원'). 모방범도 그렇고 화차도 그렇고 독자들에게 중간 즈음부터 범인을 알려주는데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며 진행시켜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화차는 1992년 출판된 작품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점점 대중화 되고 그로인해 생기는 사회문제들을 엿볼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당시 별다른 자격 검사도 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여 제대로 된 경제 관념도 없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 돈이 없어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카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수많은 빚을 지고 한 카드의 빚을 다른 카드의 빚으로 막는 돌려막기를 하다가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가족이 자살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뉴스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뉴스였다.

화차는 그런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발생한 한 사건, 신용카드로 인한 빚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버린 한 여자의 범죄를 추적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혼마'의 부인쪽 친척에서부터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간단해 보이는 부탁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혼마는 예상치 못한 발견들을 하게된다. 사라진 약혼녀의 신분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둑질 한 것이었고, 혼마는 진짜 쇼코와 가짜 쇼코의 과거를 더듬어 나가며 사건의 진상에 도달해 나간다.

이 책을 보면서 두가지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작가가 의도했듯이, 신용카드로 인한 많은 개인파산자들, 관련 범죄 등의 문제에 대한 생각이다. 지불을 나중으로 미루고 긁기만하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신용카드의 무서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 한번쯤 꼭 사고 싶은것, 급하게 사야하는 물건이 있지만 돈이 없다면, 신용카드를 이용해 '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먼 앞날의 걱정이나 문제보다 눈 앞의 이익을 더 쫓아가기 때문에 그런일이 생길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은 불확실하기도 하고 체감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 돈을 안내도 다음달에 갚기만 하면 원하는 물건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얼마나 이겨내기 힘든 유혹일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카드 빚으로 죽고, 범죄를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고, 생활이 파탄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문제를 가볍게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남겨두기엔 심각성이 큰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자제력 부족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현명하게 소비를 하고 실수없이 살아가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해 경제적인 늪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책임을 지게 하되 그런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그런 제도들이 꽤 있을 것도 같다. 개인파산 제도라던지, 신용불량자들이 빚을 갚아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기관이라던지).

두번째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서류 위의 문자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출생, 교육, 결혼, 가족관계, 이사, 이혼, 사망 등 개인의 대소사가 모두 서류로 기록되어진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명을 훔쳐 들키지만 않으면 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고, 내 기록을 지워 버린다면 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느낌이 묘하다고 해야하나,, 무튼 그렇다.

이것저것 생각이 들랑말랑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만 그건 둘째치고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첫번째 덕목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그 점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대학원

대학원 입시 결과가 나온지 3주쯤 된 것 같다. 별 어려움 없이 붙을거라 예상했고 역시나였다. 새로운 곳으로 한 발자국 내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큰 감흥없이 당연스레 받아들였다. 평범한 사람인지라, 왜 진작 좀 더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후회가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계속 뒤만 돌아보고 있다고 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 앞을 보고 나아가야지-라는 생각으로 후회남지 않을 대학원 생활을 보내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적극성이었다, 라고 나는 스스로 결론지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고, 학점도 그냥저냥 괜찮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손에 쥐게 된 이유, 적극적인 태도. 쏟아져나오는 과제를 듀에 맞춰 막아냈고, 봐야만 하는 시험을 한두주 빡세게 공부해 괜찮게 치뤄냈다. 방학동안은 평범하게 과외를 하거나 연구실에서 학부생 연구를 하면서 주로 보냈다. 하루하루 바쁜 학교 일정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되돌이켜 보면 더 도전해보고 삽질해볼 만한 여지가 많이 남아있었다.

학부생에서 대학원생으로 5년만에 신분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탓에, 새로운 기분이 썩 많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익숙해지고 활력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좀 더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한다. 주변 친구들, 선배들도 보지만 내가 가지 못한 더 좋은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애들과 같이 뛰어가려고 하고 있다.

대학원 생활은 학부 시절에 바빳던 것은 우스워 보일 만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이라고 한다. 그런 생활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이루려 하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얼마나 흔들리고 좌절하고 도태되기 쉬울까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남은 학부 한학기,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려 한다. 막연하게, 흐릿하게 가지고 있는 목표를 좀 더 구체화 시키고 적극적으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6년 뒤, 뿌듯한 마음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4개의 통장 - 고경호



4개의 통장. 1

앞표지
다산북스2009. 1. 10. - 248페이지





재테크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꽤 도움이 된 책이다. 실제로 재테크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

1장. 부의 방정식
이 책에서 말하는 부의 방정식은 구체적인 자신만의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복리'로 투자하는 것이다. 실현가능한 목표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목표를 의미한다. 500억을 벌겠다! 이런것은 꿈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목표로 세우고 계획을 진행시키기엔 힘든 목표이다. 또, 복리의 위력을 실제 숫자를 통해 보여주어 꾸준히 시간을 들여 복리투자하는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2장. 돈관리의 정석
지출, 예비자금, 투자 세가지 항목에서의 돈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지출: 공적 지출, 고정 지출, 변동 지출, 계절성 지출이 있다. 우리가 조절 가능한 변동 지출에서 돈을 아껴야 한다. 생활이 힘들 정도로 무리해서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예측이 가능하도록 매 달 일정한 규모의 돈을 소비하도록 해야한다. 월간 지출 금액을 3달 정도 파악하여 평균 값으로 매달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될 것같다.

예비자금: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시에 쓸 수 있는 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통상 월평균 지출액(고정 지출 + 변동 지출)의 3배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예비자금이 없다면, 갑작스레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현재 투자중인 상품을 해지하거나 돈을 빌려야 하므로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예비자금에 적합한 금융상품은 유동성이 충분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MMF나 CMA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커다란 질병이나 사망등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도 들어놓는 것이 좋다.

투자: 복리투자의 지속! 적은 수익률이라도 장기간 꾸준히 유지할 것. 투자 법칙 1순위는 '잃지 않는 것!'

3장. 돈관리 시스템

4개의 통장을 이용한다.
1. 급여통장: 급여수령, 고정지출관리
2. 소비통장: 변동지출관리
3. 투자통장: 투자관리
4. 예비통장: 예비자금 관리

1년에 한두 번 정도 돈 관리 상태를 점검해본다.

4장. 자산과 부채의 이해

자산은 수익을 생성한다. 부채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좋은 부채는 자산을 보유하기 위한 것, 나쁜 부채는 나쁜 자산을 보유하기 위한것이다. 자산을 늘리는 것이 부자가 되는 방법.


5장. 실전 투자 관리

실제로 투자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단원. 많은 내용이 있지만, 요약해보면:

보통 사람들이 목돈을 필요로 하는 시기는 결혼자금마련, 주택자금마련, 자녀대학자금마련, 자녀결혼 자금마련, 노후자금마련등이다. 보통 가장 빨리 다가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경향이 있지만,장기적으로 보고 준비가 안 되어있을때 가장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부터 대비를 해 나가야한다. 다양한 주식형 펀드, 연금형 보험 등을 통해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와 리스크를 가진 투자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채권형:주식형의 비율을 50:50 정도를 기준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은 채권형을 공격적인 사람은 주식형의 비율을 늘려 투자를 한다. 단, 가까운 미래에 목돈을 사용할 계획이 있다면 채권형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필요한 시기에 정확히 돈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보고 (정기 예금의 금리를 보고) 투자 비율을 재조정해주어야한다. (너무 자주 재조정하는 것은 좋지않다. 일년에 한번 정도)


책을 보면서 내년부터 규칙적인 수입이 생기게 될 텐데 어떻게 시작할 지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재테크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경제 지식의 힘 - 박유연

알기 쉬운 경제 지식의 힘 경제 전문 기자가 찾아낸 생생한 경제 지식 9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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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연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03월 30일 출간


이제 곧 학생 신분도 벗어나고 스스로 돈 관리도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니, 경제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겠고 재테크 공부도 조금씩 해야겠는데 경제신문을 봐도 이건 도통 뭔소린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기본 용어부터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몇 년 전 경제학개론 수업을 듣긴 했지만, 정말 기본적인 경제 원리, 여러 그래프 등등에 대해 배운거라 실생활에서 나오는 수많은 정책들이나, 금융 상품들에 대한 경제 뉴스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재테크에 대한 지식도 물론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을 흐릿하게나마 읽을 수 있는 기초 지식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쭉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집에와서 책꽂이를 슥 둘러보니, '경제 지식의 힘' 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쓱 훑어보니, 간단하게 92가지 주제에 대해 용어와 상황 설명 위주로 되어 있는 책이었다. 기초가 없는 나에게 적당한 책이었고, 하루 정도 꼬박 읽어서 다 읽어버렸다.

도움 되는 내용들이 꽤 있었는데, 이건 내가 워낙 아는게 없었기 때문일 수 도 있겠다(...)

통화선물
기준금리
환차손
다양한 종류의 세금- 소득세, 종가세, 종량세, 종부세, 등등
공급탄력성, 소득탄력성, 등등
구축효과
신자유주위
수직통합, 수직제약
외부효과
국유화, 민영화
스태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레버리지 효과
대채제, 보완재, 가치재, 위치재 등등

다양한 토픽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물론 많이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나처럼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입문 서적으로 읽으면 꽤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아 이런 용어가 이런 내용이구나 이런 상황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었구나..하는 정도의 도움을 준다. 설명도 아주 쉽게 일상생활의 예시를 들어가면서 설명해서 쉽게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게 쉽게 쉽게 읽고나서 무심코 들은 뉴스, 힐끗 본 신문기사에 이 책에서 본 용어가 나와서 이해할 수 있었던 걸 보면, 이 책이 도움이 되긴 한 것 같다!ㅎㅎ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제국 - 닐 퍼거슨


제국(EMPIRE)

앞표지
민음사2006. 11. 30. - 509페이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 국가를 이루고,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역사는 이러한 국가와 조직들의 역사이고, 그 안에서 살아나간 사람들의 역사일 것이다. 누구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고, 인간의 삶은 당연하게도 그러한 조직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많은 국가와 회사, 조직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그러한 조직들이 어떻게 영향력을 가지게 되고 번성하고 쇠퇴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은 공공연하게 스스로를 제국이라고 불렀던 나라 중 가장 최근의 나라로서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닐 퍼거슨이라는 영국 출신의 학자가 쓴 영제국의 탄생과 번영, 그리고 쇠퇴의 역사는 나의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제국이라는 간결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의 내용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영제국의 시작에서부터 전성기 그리고 쇠퇴의 과정을 다루고 영제국이 세계에 미친 영향, 남기고 간 유산들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읽은 영제국의 시작과 끝은 결국 경제력이었다. 자신의 상품을 팔고, 자원을 사들여올 시장을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은 직접 영국인들이 건너가 개척을 한 식민지이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식민지들은 이미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루고 있어 소수의 영국인 관리자들을 통해 식민지를 지배하는 형태를 띄었다. 인도는 영국의 제국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엄청난 인구와 영토를 가진 인도를 다스림으로써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세계지배에 대해 어느 정도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식민지배가 나빳던 점은 인정하지만, 영국의 식민지배가 다른 국가들의 식민지배에 비해 훨씬 식민지 국민들에게 우호적이고 '덜 나쁜' 지배였다고 말한다. 영국이 퍼뜨린 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는 비록 식민지라는 수단을 거쳐 전파되었지만, 현대사회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말하고있다. 나도 어느정도 저자의 의도에 공감은 하게 되었다. 물론 영국이 좋은 의도로 식민지배를 한 것도 아니고, 식민지 국민들의 생활이 풍요롭고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는데 어느정도 도움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 알고있던 사실과는 다르게, 영국의 지배는 생각보다 잔혹하지 않았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배운 나로써는 영국의 인도지배가 의외로 공존의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영국인 관리자들의 수나 군인의 수는 많지 않았고, 인도인을 교육시키고, 군대화 시켜 인도를 지배하였다. 인도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인도인을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상당히 놀랐다. 영국의 세계 지배는 생각보다 많은 자치를 식민지에게 건네줌으로써 (미국 독립에서 얻은 교훈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제국을 유지하는 데 매우 적은 비용을 소비하였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식민지들도 자치권을 인정해주되 여왕의 밑에 있도록 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또 영국은 자신들의 문화,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주도의 식민지 정책도 있었지만, 종교인들의 자발적인 선교(라고 쓰고 식민지배라고 읽는다)활동이나, 상인들의 무역을 위한 시장 확보 등으로 식민지배가 많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민간에서의 많은 활동들로 영국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제국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크기의 시장과 그 시장에 상품을 공급할 산업 기반 (산업혁명으로 인해 막대한 생산량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올 나라가 없었던 막강한 해군의 힘을 바탕으로 영국은 18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통일 후 급격하게 추격해왔던 독일이 일으킨 세계 일, 이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영국은 엄청난 전비를 소모했고, 세계대전 뒤에는 그 많던 식민지들도 독립시키게 되었다. 영국은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지만, 경제적 피해를 만회하지 못하고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미국과 소련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영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고 강한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라고 나한테 묻는다면 한마디로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가장 먼저 식민지 진출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앞서나가던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따라 시작하게 된 영국의 세계진출이 그들을 따라잡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같이 철저히 식민지를 파괴하고 약탈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물론 그렇게 한 지역도 있었다) 어느정도 지역 문명과의 협력을 유도했다는 점, 강력한 해군력을 갖추었다는 점, 단순히 군사적, 상업적인 지배만이 아닌 문화적인 전파를 시도했다는 점, 중요한 대륙, 식민지를 차지했다는 점(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등등 여러요인이 겹쳐져서 영제국을 만들어낸 것 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때 가장 번창했던, 그리고 그 위치에서 내려오게 된 영국의 예시에서 우리가 배울 것들이 많을 것이다.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뒤늦게 무한도전 녹색특집 나비효과 편을 보고

집에서 케이블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무한도전 녹색특집 나비효과 편을 보았다. 2010년 12월 18일에 방송된 특집. 너무나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미, 공익성까지 갖춘 특집에 감탄했다.

무한도전 팀은 3팀으로 나뉘어 한 팀(유재석, 하하, 노홍철)은 몰디브로, 한 팀(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은 북극 얼음호텔로, 한 팀(길)은 국내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몰디브와 북극은 일산 한 구석에 마련된 세트장이었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몰디브가 1층 북극이 2층에 위치한 컨테이너 세트였다는 것이다. 몰디브는 실제로 실내가 매우 더웠고, 북극 얼음호텔은 실내가 얼음으로 이루어져 추운 상태였다. 몰디브 팀은 더운 실내온도 때문에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댔다. 그런데 그 에어콘의 실외기는 2층의 북극 얼음 호텔 실내에 설치되어 있었고, 실외기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과 열풍기(에너지를 절약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마다 하나씩 켜진다)에 의해 2층의 얼음이 녹게되었다. 녹은 물은 수도관을 통해 1층 몰디브 바닥으로 흘러내려갔다. 처음엔 2층에서 일부로 물을 흘려보낸다고 생각한 몰디브 팀은 북극 팀에게 항의하였고 북극팀은 당신들 에어콘 때문이라면서 맞섰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없고 자신의 상태만 생각하는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길은 개인 미션으로 일산에 마련된 숙소에서 샤워, 양치, 설거지, 요리하기 등등 일상 생활을 할 것을 요구 받았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알고보니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행동들이었고 길이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북극 얼음호텔에 설치된 열풍기가 하나씩 켜지면서 얼음이 더더욱 빨리 녹았다. 몰디브 팀과 북극 팀은 길의 일상생활 모습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면서 저런 행동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길의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지구온난화를 막을 행동 지침은

- 샤워 권장 시간은 3분이내
- 설거지, 양치 하는 동안 물 틀어놓지 않기
- 안쓰는 컴퓨터, 전등 꺼놓기
- 외출시 보일러 끄기
- 낮에는 최대한 태양빛을 이용해 채광할 것
- 혼자서 차타기는 지양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등이 있다.

결국 길의 활약(?)덕분에 몰디브는 얼음 호텔에서 녹은 물로 인해 완전히 바닥이 다 잠겨 버렸고, 북극의 얼음도 심각한 수준으로 다 녹아버렸다.

이번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을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지구온난화에 대해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그저 편하려고, 귀찮아서 낭비하는 자원들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생활태도가 조금 바뀌게 되었다. 샤워하는 동안 내내 틀어놓던 물도 최대한 절약하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계속 틀어놓던 것을 고쳐서 진짜 더울때만 잠깐씩 틀었다. 100번 공익광고에서 절약하라 절약하라 해도 바뀌지 않았는데 이렇게 재밌는 방식으로 전달해주니 습관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역시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Veronika Decides to Die - Paulo Coelho


Veronika Decides to Die

A Novel of Redemption
앞표지
HarperCollins2006. 5. 23. - 240페이지
<p> Twenty-four-year-old Veronika seems to have everything -- youth and beauty, boyfriends and a loving family, a fulfilling job. But something is missing in her life. So, one cold November morning, she takes a handful of sleeping pills expecting never to wake up. But she does -- at a mental hospital where she is told that she has only days to live. </p> <p> Inspired by events in Coelho's own life, Veronika Decides to Die questions the meaning of madness and celebrates individuals who do not fit into patterns society considers to be normal. Bold and illuminating, it is a dazzling portrait of a young woman at the crossroads of despair and liberation, and a poetic, exuberant appreciation of each day as a renewed opportunity.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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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로니카가 자살시도를 해 오게 된 빌렛이라는 정신병원에서 베로니카와 그의 주변인물들이 겪게 되는 심적인 변화를 그린 소설이다. 베로니카는 자살미수로 인해 정신병원에 온 뒤, 과다 복용한 수면제로 인해 심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당해 며칠있지 않아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죽음을 눈 앞에 둔 베로니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결핍되어 있었는지를 찾아나간다. 시한부 인생인 베로니카가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베로니카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돌이켜보게 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 욕망들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 기대, 평가때문에 자신의 꿈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베로니카도 그런 여자였다. 외모, 직업, 가족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베로니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진짜로 무엇인지 찾아나서지 않았다. 부모님들의 희생적인 사랑은 오히려 베로니카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밖에 없게 옥죄는 구속이 되었다. 그녀는 삶이 너무나 지루했고 공허했고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그녀는 남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

미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는 미친 사람이란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미친 세상에서는 정상적인 한 사람이 미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떤 것이 '미쳤는지' 누가 '미친'건지는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이라고 말한다. 이 정신병원에 수용된 다른 '미친'사람들도 그렇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길로 가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가려고 했었다. 가족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사람도 있고 스스로의 내면의 반대, 걱정과 부딪힌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모두 그러한 싸움에서 후퇴해 정신병원에서의 안락한 생활에 젖어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빌렛을 현실을 막아주는 방패로 사용했다. 미친행동-느낀대로 말하고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은 정신병원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미친 사람이 하는 행동이니까. 하지만 얼마 삶이 남지 않은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며 그들도 다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고 정신병원이라는 보호막을 떠나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나가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들을 보면 우리 모두는 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약간씩은 어떤 것에  crazy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면이 사회적인 기대나 요구와 많이 벗어난다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가고 싶었을 수도 있고, 의대 법대를 갈 수 있는 성적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인기없는 진로를 택할 수도 있다. 사회에선 그들을 미쳤다고 할 테지만,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용감한 사람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시선, 가족의 기대 등으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고 순간의 기쁨을 추구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저 주어진 목표를 위해 기쁘지도 않은 일들을 하며 의무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말하는 인생의 정석 코스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한 걸음 빗나간다면 낙오자가 되기 쉽다. 어린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고, 20대 자살이 이렇게 많은 것에도 그런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충돌이 있을 수 있다. 베로니카는 죽음을 눈 앞에 둔 덕에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베로니카처럼 우리도 모두 죽는다. 베로니카처럼 스티븐 잡스가 스탠포드 연설에서 말했던 것 처럼, 우리가 모두 죽는다 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우리가 소중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된다. 죽음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남들의 눈과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판단으로 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꿈, 자신만의 세계는 남들이 듣기엔 미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모습이 진정 자기 자신이므로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하게 되든 한번쯤 제대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자신을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이 책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살인의 해석 - 제드 러벤펠드



살인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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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2007. 2. 8. - 555페이지
프로이드와 융, 미국의 연쇄살인을 해석하다!

20세기 사상가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바탕으로 쓴 범죄 추리극.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프로이트와 융을 살인사건에 개입시키고 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제자인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고, 자신은 조언하면서 조금씩 범죄의 진실에 다가간다. 한편, 카를 융은 미국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프로이트의 학설을 전면 부정하며, 스승을 배반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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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의 뉴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보통 추리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소설의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살인 사건 후, 두번째 살인 미수 사건이 또 일어나는데 이 피해자를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의가 치료를 해나가며 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읽은 뒤에 느낀 개인적인 소감은 상당히 스토리가 어정쩡하고,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2/3쯤 읽엇던 시점까지 약간 지루하게 진행되어가긴했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가는가 싶어 잠깐 흥미가 생겼었는데, 마지막 반전부분도 그닥 놀랍지 않았고, 이야기의 두가지 흐름도 약간 따로따로 도는 느낌...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만한 책 정도였다.

2012년 6월 2일 토요일

전환시대의 논리 - 리영희


전환 시대 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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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2006 - 576페이지
리영희저작집 제1권 전환시대의 논리. 중국문제에 관해 리영희가 10여 년에 걸쳐 쓴 논문들의 일부를 담은 책이다.

행동하는 지식인 리영희의 저작들을 한자리에 정리한『리영희저작집』은 기존의 저작 11권과 새로운 저작 1권을 포함한 창작 저서로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새 저작인 제12권은 단편적으로 발표되었거나 공개되지 않은 채 있던 원고들을 모으고 정리한 것으로, 화해와 평화의 염원이 약동하는 21세기 인류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씌어진 글들이다.

이 저작집에는 리영희의 대표작이자 판금도서로 지목되기도 했던 문제작을 비롯해, 개인적 삶의 회고록 등 1957년 신문기자로서 첫발을 뗀 후 언론인, 대학교수, 현장비평가로서 활동하면서 펜의 힘으로 일군 그의 50년 집필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 국제정세 분석, 언론비평과 사회비평글, 심도 있는 대담과 에세이, 편지, 회고 등 다양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어 리영희 사상의 면면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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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의 격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해 리영희가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리영희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신문기자, 교수 등을 했었던 지식인이라고 한다. 또, 중국 전문가 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선 베트남 전쟁에 대해, 1970년대 급부상했던 중공의 국제적 지위에 대해, 미군 감축과 그에 따른 한일 안보관계, 한미일 안보체계에 대해, 닉슨 독트린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평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1970년대는 새로운 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닫혀있던 세계 였던 중공이 죽의 장막을 걷고 유엔 가입을 시작으로 국제 정치에 진출하였고, 패전 뒤 군사적으로 위축되어있던 일본이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시기였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인한 피해로 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줄이려는 시기였다. 닉슨 독트린이 그 당시 나오게 되었고, 한국에 대한 안보 책임을 일본에게 어느정도 이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은 아직 자유로운 정치, 언론을 갖추지 못했고, 냉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모든 국제, 국내 정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공은 '악'이었고 미국은 '선'이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런 프레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상황을 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분명한 실책이었고, 명분없는 잘못된 전쟁이었고, '악'이라고 생각했던 중공도 단순히 나쁜 국가는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21세기 지금과 1970년대의 상황, 70년대에 저자가 했었던 예측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아직 부족하다. 공대생이라는 핑계로 알아야 할 한국 근현대사, 역사, 정치, 국제 정치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직 많다. 하지만 공대생도 엄연히 사회속에 존재하는 사람인데, 나만의 학문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자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나같은 공대생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기술을 만드는 기술자만이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이 되려면 그러한 능력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그러한 능력을 위한 기초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다. 단순히 지식 뿐만이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세도 보여주었다. 아직 내 시야가 좁아 이 책의 내용을 논평하거나 하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조금씩 읽다보면 나에게도 사회를 보는 시각이 좀 생겨날 것이니 그때까지 열심히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어야겠다.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하룻밤의 지식여행) 의식 - 데이비드 퍼피뉴


의식(하룻밤의 지식여행 37)

앞표지
김영사2007. 6. 25. - 175페이지
즐겁고 알찬 하룻밤의 지식여행

입체적인 인문학 지식을 제공하는『하룻밤의 지식여행』시리즈. 영국 Icon Books의 'Introducing' 시리즈 중 주요 도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필자들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들이 호흡을 맞춰, 세련된 일러스트와 재치 있는 설명으로 다양한 인문학 지식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플라톤에서 촘스키까지, 수학에서 심리학까지, 그동안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전문적인 내용들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제37권에서는 인간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의식 탐구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수천 년간 철학자들에게 인간의 정신이란 물질 세계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20세기에 들어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기술은 절대로 파악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인간의 두뇌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떤 과학과 철학이론으로도 객관적인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인간이란 존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의식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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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보는 (느끼는) 이 빨간색이 다른 사람이 느끼는 빨간색과 같을까? 내가 초록색이라고 느끼는 그 느낌이 사실은 저사람에게는 빨간색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또, 나비는 자외선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자외선을 본다는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박쥐는 소리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데 소리를 통해 '보는'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우연히 떠올랐던 의문들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도 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잊혀진 질문이 되었다. 그랬던 그 질문들이 '하룻밤의 지식여행 -의식'을 읽다보니 다시 떠올랐다. 내가 했던 그런 질문들이 나만 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고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간외의 다른 생물들(또는 물체들???)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다. 그만큼 다양한 추측과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의식을 설명하려는 3가지 접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론, 유물론, 신비주의가 그 3가지 방법들이다. 신비주의자들은 의식의 문제는 현재 (또는 영원히) 인간은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직 필요한 개념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는 인간의 마음의 구조상 의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신비주의적인 입장보다는 나머지 두가지- 이원론과 유물론에 초점을 맞추어 의식을 설명한다.

이원론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믿어오던 견해이다. 의식, 정신이라는 신비로운 작용은 사람들이 육체와는 다른 영혼과 같은, 심적인 무언가의 존재를 믿게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육체와 의식을 만들어내는 비물질적인, 심적인 것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데카르트는 이원론을 주장한 유명한 학자 중 한명이다. 그는 물리적 실체와 심적인 실체를 분리하여 생각했다. 물리적인 세계는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고, 인간의 정신을 이루는 것은 심적인 요소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원론적인 설명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어떻게 서로 별개의 존재인 물리적 요소와 심적인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데카르트는 우리 뇌의 송과선이라는 곳에서 그런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버클리라는 학자는 상호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극단적인 견해를 내세웠는데, 물질세계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심적 세계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존재는 우리에게 지각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을 관념론이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주장인 것 같은데, 꽤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관념론은 주관적인 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관측, 주장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관념론에 대한 비판으로 행동주의가 일어났고 이들은 주관적 경험이 아무런 논리적 의미가 없다는 논리적 행동주의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심적상태는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극단적인 행동주의 보다는 심리적 상태가 관찰 가능한 행위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원론과는 다르게 인과적이고 과학적인 세계의 객관적인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기능주의는 의식을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인과관계, 구조적 속성을 그 본질적 원리로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원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속성이원론은 심적인 요소 자체가 따로 존재한다기 보다 속성을 다르게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능주의가 사람들이 뭔가를 '느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을 무시함으로써 의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속성 이원론자들은 의식이 비록 육체와 다른 '물질'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속성을 가지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반면 이원론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미 물리적 세계 자체가 인과적으로 완전하다고 주장한다. 이원론자들이 주장하는 물리적 요소와 다른 의식적인 면이 없이도 우리는 우리가 팔을 움직이고, 뭔가를 보는 행위, 반응하는 행위를 인과적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물론자들은 의식이라는 것은 단지 물리적 실체가 작동하는 것의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즉, 의식은 인과적으로는 완벽히 '무능'하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경험은 특정 '두뇌 상태'에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유물론자들은 의식의 상태, 심리적 상태라는 것은 단지 뇌가 특정 생리적 상태를 띄는것에 불구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우리와 완벽히 똑같은 물리적 실체를 가진 존재가 있다면 그것도 우리와 똑같이 의식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이원론과 유물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의식적인 작용자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려 한다. 다양한 이론들이 있고 가설들이 있지만 아직은 모두가 부족해보인다. 철학적인 주장만으로는 영원히 밝혀질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여러 철학적인 주장 중 하나에 자신의 기반을 두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연구를 해야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읽다보니 나도 이러한 유물론적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철학적인 기반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당연히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컴퓨터로 구현하고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막연한 믿음이 철학자들과 학자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hot한 이슈였음을 알게 되었다. 또, 나의 과학적 연구의 기반을 좀 더 다지게 된 것 같다.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일지매 - 고우영



일지매 (전 8 권) - 고우영 글, 그림


고우영의 일지매를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 십팔사략을 읽고 고우영 화백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학교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하였다. 만화책이라고 금방 읽을줄 알았는데 얇은 책에 내용이 가득가득해 의외로 오랜시간 읽은 책이다. 인물들이 제각각 개성이 뚜렷하고 이야기에서의 맡은 역할들을 잘 해나가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의 흐름도 지루할 새 없이 하나의 주제가 다음 주제로 다른 사건으로 물흐르듯 이어지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도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주고, 결말에서는 깊은 여운까지 남긴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활동한 일지매의 활약상을 보다보면 일지매의 놀라운 능력에도 흥미를 느끼지만 나는 그보다도 그 당시 백성들의 기구한 삶에 눈길이 갔다. 잘못한 것 하나 없이 가난하게 살던 백성들이 권력 다툼에 의해 파리목숨처럼 억울하게 죽어가는 모습, 그렇게 당하면서도 일지매라는 '의적'에게밖에 도움 받을 곳이 없는 상황들을 보다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이미 평생을 써도 다 못쓸 만큼의 재산과 누구 부럽지 않을 권력을 가졌음에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로도 하듯 계속 탐욕을 부리는 권력층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그런 사람들을 가차없이 벌하는 일지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고우영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다 읽어봐야겠다 *_*



2012년 4월 4일 수요일

owl city!




최근에 우연히 알게된 owl city. 노래 대박 좋다.. 근 몇달 간 들었던 앨범 중 손에 꼽는 앨범 (adele 앨범이랑 같이..) 장르가 일렉트로니카라고 하던데, 그 동안 일렉트로니카 쪽 음악을 들으려고 시도했다가 번번히 실패했던 나에게 좋은 밴드인듯하다.

내가 들어본 앨범은 ocean eyes 인데, 대체로 잔잔한 분위기에 달달한 멜로디를 가진 곡이 주를 이룬다.

위의 동영상은 ocean eyes 앨범 수록곡인 fireflies MV.


대학 중용 (大學 中庸)- 주희 엮음, 김미영 옮김


대학중용(슬기바다 3)

앞표지
홍익출판사2005. 4. 11. - 226페이지
옮긴이의 말
유교윤리의 입문서, '대학', '중용'


교수님이 읽어보라고 하셨던 동양고전,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그 중 대학과 중용을 첫 번째 책으로 선택했다.

내가 읽은 대학과 중용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 추구해야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윤리서의 느낌이었다. 내 배움이 아직 얕고 편협하여, 대학의 경우는 피상적인 이해에 그쳤고, 중용의 경우 많은 내용을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였다. 내용이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느낌이었다.

부족하지만, 읽고 느낀점과 기억에 남는 구절을 일단 정리 해본다.

대학의 가르침은 삼강령 팔조목에 나타난다고 한다.
삼강령이란 밝은 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고(新民),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止於至善)이다.
팔조목이란 사물을 탐구하고(格物), 앎을 확장하고(致知), 의지를 성실히 하며(誠意), 마음을 바르게하고(正心), 몸을 닦고(修身),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齊家),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것(平天下)이다.

사물을 탐구하여 앎을 확장하는 것, 이것은 내가 평소에 많이 하는 공부라 생각한다. 의지를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더 필요한 공부라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는 의지를 성실히 하는 것을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 이라고 표현한다. 선-악을 자신의 몸에 체화시켜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선, 악이 흔히 말하는 착하고 나쁜 그런 개념보다는 지켜야하는 것, 행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도로 생각하였다). 혼자 있을 때, 누군가 보지 않을 때에도 신중히 그러한 것들을 지키며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은 분노, 두려움, 우환, 좋아함의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마음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싫어하는 것에서도 좋은 점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좋아하는 것에서도 나쁜 점은 지적할 수 있어야 하겠다. 또한 자신이 대접받기를 원하는 대로 남에게도 행해야 한다.

중용에서 말하는 중용의 도라는 것은 읽은 뒤에도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지 않다. 피상적으로나마 읽은 내용이라면, 중(中)이라는 것은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군자의 덕을 갖추며 때에 맞추어 중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군자의 중용이라 한다 (...무슨 소리지)

다만 중용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 하나 있는데, 도에 이르는 세가지 문이 있는데 그것이 지혜, 인자함, 용맹함이라 하였다. 그 구절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공자 왈 "배우기 좋아하는 것은 지혜로움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자함에 가까우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용맹함에 가깝다." (위의 책 176페이지에서 인용)
이러한 세가지 덕을 행하는 방법은 한가지 인데 바로 성실함이다.

(같은책 182~184에서 인용)

"19. (성실해 지려고 하는 사람은) 폭넓게 배우고, 자세하게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며, 분명하게 변별하고, 돈독하게 행하여야 한다.

20.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배울 바엔 능숙해지지 않고서는 그치지 않는다. 질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질문할 바엔 알게 될 때까지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생각할 바엔 파악할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변별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변별할 바엔 분명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할 바엔 독실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른사람은 한 번에 할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백 번이라도 하고, 다른 사람은 열 번에 할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천 번이라도 한다.

21. 과감히 이 도를 행할 수 있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명철해질 것이며, 유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강인해질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익히고 노력하여 현재의 부족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부분으로서 공부에 임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게 해준 구절이다.


중용에서는 성인과 일반사람을 구별한다. 성인은 특별한 노력없이 저절로 하늘의 도를 행하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꾸준한 노력과 공부로 그것을 이룬다. 하지만 이룬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려고 하는 공부가 마치 나 인것같은 경지에 이르러야하겠다..


...

태어나서 처음 읽어본 동양 고전인데, 어려웠다. 말이 되게 함축적이었고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말들이 많았다. 한글로 번역해도 이정도인데, 한자로 쓰여있는 원본은 그  의미를 해석하는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것 같다 (이래서 조선시대 내내 이것가지고 난리였나 싶다 ...). 어려웠지만, 그래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두 번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보다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깊은 내용이 있는 것 같았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칫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공부에만 빠져, 소홀해질수 있는 성의정심(誠意正心) 공부를 동양 고전을 통해 채워나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논어, 맹자를 읽고 다시 대학, 중용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2012년 4월 1일 일요일

돈 걱정 없는 신혼부부 - 김의수, 박상훈

'돈 걱정 없는 신혼부부'라는 책을 읽었다. 아직 신혼부부가 아니긴 하지만, 미리미리 알아두면 도움도 될 것 같다.

내가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별 의식하지 않고 살면 아 딱 이렇게 살게 되기 싶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된다. 특별히 부유하지 않은 집안의 사람들끼리 결혼해서, 평범한 액수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남들이 하는대로 집사고 차사고 대출받고 하다보면 자칫 열심히 일은 하지만 정작 손에 남은것은 없는 그런 상황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에서는 버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부부의 목표와 비젼, 가치관 공유 등을 강조한다. 부부들마다 원하는 목표, 가치관이 다르고 그에따라 재산 관리 계획이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야 하는 원칙들이 몇가지 있는데..

1. 출산 계획에 맞춰 재무 계획을 세울것.
2. 둘째 출산 후에 계속할 일을 준비할 것.
3. 내 집, 시기를 정해놓고 준비할것 - 급하게 사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기를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 자칫하면 큰 빚만 지게 될 수 있다.
4. 월급으로 한달 사는 지출 시스템 구축 - 항목별 예산을 세워 한달 월급을 잘 배분.
5. 배우자와의 정서 적인 교감. 의사소통. 가치관 공유 등.

또한, 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제도적인 혜택을 이용하는 것, 통장을 잘 나누고 목돈과 여윳돈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져 있어 3시간 정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쉽게 읽히지만 안에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나부터도 학부 졸업을 앞에 두고 재정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앞으로 한 두 번 더 읽어보고 머리 속에 잘 넣고 계획을 잘 세워 보아야 하겠다.

2012년 3월 10일 토요일

some nights - fun.



빌보드 차트 구경하다가 건진 앨범. 인디밴드라고 하던데 노래가 괜찮다.
처음 느낌은 살짝 MIKA노래를 듣는 듣한 느낌? MIKA을 워낙 좋아해서인지, 여러번 듣게 된다.
확 꽂히는 킬링트랙은 없는 것 같은데, 몇 번 듣다보니 노래가 전체적으로 다 좋아서 자주 듣고 있는 앨범. MIKA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으려나 싶다.


We are young




Some nights


2012년 3월 1일 목요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상)(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1-1)(2판)

앞표지
범우사, 1997. 4. 30. - 496페이지
미국의 남북전쟁과 패전 그리고 재건시대의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씌어진 방대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전쟁에 의한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 휩싸인 등장 인물들의 삶과 사랑과 죽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격심한 시련을 겪으며 살아 남기 위해 투쟁하는 그 처절한 모습들은 이 소설의 긴장감을 더해 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가공적이거나 비현실적 인물들이 아니다. 바로 그 시대에 그러한 곳에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생각하고 생존했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물들이다. 이 소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유난히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여주인공 스칼렛의 생존 의지와 애슐리에 대한 헌신적이고도 야생적인 사랑, 그리고 냉소적인 실리주의자 버틀러와의 줄다리기는 이 소설에 흥미와 매력을 더해 준다.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국내외의 많은 독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금세기 미국문학의 금자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로도 우리와 친숙한 작품이다. -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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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 한 유명한 책인데, 분량이 만만치 않아 오랜 시간이 걸려 다 읽게 되었다.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는 그러한 사회에 적응해, 기회를 철저히 이용하여 성공한 사람의 위치에 오르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애슐리 윌킨스는 과거의 세계를 버리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1.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스칼렛이 애틀란타에서 태라로 피신해 온 뒤 어머니 엘렌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그 순간, 그저 철없는 소녀였던 스칼렛은 돌아가신 엘렌을 대신해 그 모든 짐을 짊어질 각오를 한다. 그렇게 스칼렛은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어리기만 했던 스칼렛이 모든 고난을 짊어질 각오를 하고, 가족들을 먹여살리고 태라를 다시 일으킬 결심을 하는 장면은 스칼렛이라는 인물에 처음 호기심과 공감을 가지게하는 장면이었다. 그 당시 여자의 몸으로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일념으로, 여자로서 하면 안되었던 수많은 노동과 일들 (심지어 살인까지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칼렛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장면은 포기를 모르고 1000페이지 내내 질주하고 싸우는 스칼렛에 대한 복선이었다(...), 이렇게 일관된 성격을 끝까지 유지할 줄이야..)



2.
소설을 읽는 내내 스칼렛과 버틀러의 적응력과 처세능력, 독립심, 끈기 등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점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삶의 방식으로 인해 잃게 되는 것들을 보면서 꼭 이것만이 좋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 친척, 사회적인 명예, 등의 인간적인 유대감을 전부 다 잃어버리고 돈만을 향해 달려가던 스칼렛의 삶이 결국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더 들게 되었다. 물론, 나도 스칼렛과 애슐리 둘 중 어떤 방식을 택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선택해야 한다면 스칼렛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겠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면서 주위도 돌아보며 가야하지 않을까, 그래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스칼렛은 돈을 벌기 위해, 북부의 지배계층에게 협력하였고 그로 인해 변절자라는 소리도 듣게 되었다. 처음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의 곤경을 벗어나야, 나중의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방향으로 또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라면 일제시대에 일본에 협력해 우리나라를 배반했던 친일파들도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생각해보니, 스칼렛은 멜라니가 있었기 때문에 (또, 버틀러가 있었기 때문에) 북부가 조지아에서 권력을 잃게 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지, 만약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변절자'인 스칼렛은 이루었던 모든 것을 잃고 죽은 듯이 살아야만 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세상에 적응을 해 나가며 최선을 다하고 죽을 듯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넘지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어기게 된다면, 주위사람이 나를 전부 떠나가게 되고, 사람을 잃게 된다면 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다.


3.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생생한 시대 묘사이다.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쟁 전의 남부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족한 삶의 기운이 느껴졌고 전쟁 뒤의 빈곤, 처절함 같은 것도 피부에 와 닿는 것처럼 느껴졌다. 노예제도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약간 인간적인 면도 있었다는 것 (물론 남부출신의 작가가 쓴 것이라 어느 정도 편견이 있을 수 도 있겠다만..), KKK단의 유래라던지, 그 시대의 생활과 사고방식등을 눈 앞에 있는 것 처럼 볼 수 있었다. 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도 주는 소설이었다.


4.
스칼렛은 포기하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결말에 읽고 난 뒤의 마음이 착잡하다. 소설을 통틀어 완벽하다 싶을 만큼 선하며, 모든 사람의 기둥이 되주었던 멜라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픈 감정이 결론 부분을 내내 지배한다.  애슐리를 향한 삐뚤어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칼렛의 사랑이 비극을 불러온 것 같다. 레트 버틀러의 스칼렛을 향한 그 열렬하고 헌신적인 사랑도 식어버렸고, 애슐리도 상처만을 가지게 되었다. 멜라니는 끝까지 그녀만의 선한 믿음 속에서 죽게 되었으니 그나마 가장 행복하다면 행복하다 할 수도 있겠다. 스칼렛은 이제야 자신이 레트 버틀러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버틀러는 이미 스칼렛을 완전히 떠나보낸 것 같다. 버틀러의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소' 이 한마디가 사랑도 원망도 남지 않은 그의 텅빈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사랑을 되찾을 결심을 하며 소설이 끝났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집착하는 스칼렛의 성격, 그것에도 버틀러는 지쳐버렸기 때문에 나는 둘이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