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0일 수요일

(하룻밤의 지식여행) 의식 - 데이비드 퍼피뉴


의식(하룻밤의 지식여행 37)

앞표지
김영사2007. 6. 25. - 175페이지
즐겁고 알찬 하룻밤의 지식여행

입체적인 인문학 지식을 제공하는『하룻밤의 지식여행』시리즈. 영국 Icon Books의 'Introducing' 시리즈 중 주요 도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필자들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들이 호흡을 맞춰, 세련된 일러스트와 재치 있는 설명으로 다양한 인문학 지식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플라톤에서 촘스키까지, 수학에서 심리학까지, 그동안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전문적인 내용들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제37권에서는 인간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의식 탐구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수천 년간 철학자들에게 인간의 정신이란 물질 세계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20세기에 들어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기술은 절대로 파악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인간의 두뇌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떤 과학과 철학이론으로도 객관적인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인간이란 존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의식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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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보는 (느끼는) 이 빨간색이 다른 사람이 느끼는 빨간색과 같을까? 내가 초록색이라고 느끼는 그 느낌이 사실은 저사람에게는 빨간색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또, 나비는 자외선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자외선을 본다는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박쥐는 소리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데 소리를 통해 '보는'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우연히 떠올랐던 의문들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도 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잊혀진 질문이 되었다. 그랬던 그 질문들이 '하룻밤의 지식여행 -의식'을 읽다보니 다시 떠올랐다. 내가 했던 그런 질문들이 나만 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고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간외의 다른 생물들(또는 물체들???)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이다. 그만큼 다양한 추측과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의식을 설명하려는 3가지 접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론, 유물론, 신비주의가 그 3가지 방법들이다. 신비주의자들은 의식의 문제는 현재 (또는 영원히) 인간은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직 필요한 개념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는 인간의 마음의 구조상 의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신비주의적인 입장보다는 나머지 두가지- 이원론과 유물론에 초점을 맞추어 의식을 설명한다.

이원론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믿어오던 견해이다. 의식, 정신이라는 신비로운 작용은 사람들이 육체와는 다른 영혼과 같은, 심적인 무언가의 존재를 믿게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육체와 의식을 만들어내는 비물질적인, 심적인 것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데카르트는 이원론을 주장한 유명한 학자 중 한명이다. 그는 물리적 실체와 심적인 실체를 분리하여 생각했다. 물리적인 세계는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고, 인간의 정신을 이루는 것은 심적인 요소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원론적인 설명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어떻게 서로 별개의 존재인 물리적 요소와 심적인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데카르트는 우리 뇌의 송과선이라는 곳에서 그런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버클리라는 학자는 상호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극단적인 견해를 내세웠는데, 물질세계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심적 세계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존재는 우리에게 지각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을 관념론이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주장인 것 같은데, 꽤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런 관념론은 주관적인 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관측, 주장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관념론에 대한 비판으로 행동주의가 일어났고 이들은 주관적 경험이 아무런 논리적 의미가 없다는 논리적 행동주의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심적상태는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극단적인 행동주의 보다는 심리적 상태가 관찰 가능한 행위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원론과는 다르게 인과적이고 과학적인 세계의 객관적인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기능주의는 의식을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인과관계, 구조적 속성을 그 본질적 원리로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원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속성이원론은 심적인 요소 자체가 따로 존재한다기 보다 속성을 다르게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능주의가 사람들이 뭔가를 '느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을 무시함으로써 의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속성 이원론자들은 의식이 비록 육체와 다른 '물질'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속성을 가지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반면 이원론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미 물리적 세계 자체가 인과적으로 완전하다고 주장한다. 이원론자들이 주장하는 물리적 요소와 다른 의식적인 면이 없이도 우리는 우리가 팔을 움직이고, 뭔가를 보는 행위, 반응하는 행위를 인과적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물론자들은 의식이라는 것은 단지 물리적 실체가 작동하는 것의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즉, 의식은 인과적으로는 완벽히 '무능'하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경험은 특정 '두뇌 상태'에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유물론자들은 의식의 상태, 심리적 상태라는 것은 단지 뇌가 특정 생리적 상태를 띄는것에 불구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우리와 완벽히 똑같은 물리적 실체를 가진 존재가 있다면 그것도 우리와 똑같이 의식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이원론과 유물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의식적인 작용자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려 한다. 다양한 이론들이 있고 가설들이 있지만 아직은 모두가 부족해보인다. 철학적인 주장만으로는 영원히 밝혀질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여러 철학적인 주장 중 하나에 자신의 기반을 두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연구를 해야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읽다보니 나도 이러한 유물론적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철학적인 기반은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당연히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컴퓨터로 구현하고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막연한 믿음이 철학자들과 학자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hot한 이슈였음을 알게 되었다. 또, 나의 과학적 연구의 기반을 좀 더 다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