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 김영범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
출간일 : 2012년 07월 05일 | ISBN : 9788997976010
페이지수 : 341쪽 | 판형 : 규격외 변형 | 72시간 이내 출고 가능
부록: 별책부록

도서분야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사


서양 고대철학부터 중세, 근대, 현대까지 훑고 있는 책. 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철학자들을 시대별로 분류해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 철학자들간의 관계(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고, 누구누구는 서로 대립관계이고)를 보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이 눈에 띄는 점(부록으로 큰 브로마이드에 철학자들의 대표할 수 있는 한 문장과 함께 철학자들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그림을 준다).

서양 철학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한 번씩 들어볼 수 있고, 간단하게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으니. 나의 경우 막연히 이름만 들어봤던 니체에 대해 인식이 좀 바뀌게 되었는데, 허무주의라고만 단순히 알고있던 니체가 사실은 수동적 니힐리즘(일시적이고 곧 사라져버릴 운명의 삶을 하찮고 허무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능동적 니힐리즘(변해버리고 사라지고 새롭게 생성되는 세계를 받아들이고-그런 것을 허무하게 받아들이는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삶에서 긍정적 가치를 얻어내려는 것)을 추구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그 밖에도 이름만 들어봤었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단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

다만 근대, 현대로 올수록 개념이 어려워져서인지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짧은 설명만으론 그 이론을 잘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철학자들에 대한 인상과 개념은 간단히 잡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독서에 방향성을 주는 입문서 역할로는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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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나온 55명의 철학자 중 몇몇 관심이 생겨 더 읽어보고 싶은 철학자들

플라톤, 버클리, 흄,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베르그송, 니체, 비트겐슈타인, 라캉, 푸코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둠즈데이 북 - 코니 윌리스


둠즈데이 북

앞표지
열린책들2005. 2. 10. - 820페이지
위트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 코니 윌리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14세기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기를 담고 있다. 「화재 감시원」에서 시작하여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이어지는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두 시대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작가 특유의 코믹한 화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중세학을 전공하는 키브린은 꿈에도 그리던 1320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키브린이 빛과 함께 과거로 사라짐과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그녀가 언제 어디로 갔는지 유일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기술자는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쓰러진다. 한편 중세에 도착한 키브린 역시 끊임없이 울리는 종소리가 불길하게만 느껴지는데....

작가는 '시간여행'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일종의 장치로 이용할 뿐 이러한 시간 여행이 과거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한다. SF 특유의 과학적 사고에 치중하기 보다는 페스트가 막 돌기 시작한 작은 마을을 통해 중세 영국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전하는 한편, 가공할 고통에 맞서는 인간들의 불굴의 의지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처음 작품이 발표되었던 1992년 당시 SF 최고의 권위를 누리고 있던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작가에게 안겨주기도 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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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라는 장치가 보편화되어 역사연구에 사용되고 있는 2054년의 이야기와, '네트'를 통해 중세로 떠난 역사학과 학생 '키브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네트'라는 시간여행 장치가 다른 매체들에서 보아왔던 시간여행 장치와 다른점은 '네트'를 통해 시간여행을 함으로써 '인과모순'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 현대의 의약품 - 항생제, 백신-등을 과거로 가져가 전염병을 치료하여 역사를 바꿔버릴 수도 없고, 최신 무기를 가지고 가 세계정복을 할 수도 없다. 역사를 바꿀 만한 것은 물건이든, 바이러스든, 어떤 것이든 네트를 통과할 수 없다. 심지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떨어질 수 도 없는데, 이는 '네트'가 인과율을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내부적인 원리에 의해 시간, 공간적 편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키브린은 역사학과 학생이다. 자신을 매우 아끼는 던워디 교수님이 중세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며 계속해서 만류하지만, 결국 1320년 페스트가 발병하기 28년 전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키브린이 과거로 떠남과 동시에 네트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를 시작으로 2054년 현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진다. 오퍼레이터는 던워디 교수에게 와서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의식을 잃는다.
중세로 떠난 키브린도 오퍼레이터가 걸린 병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길에 쓰러지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이 키브린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을로 옮겨간다. 그 때문에 키브린은 자신이 어떤 장소에 강하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현대로 돌아가기 위하여 키브린은 그 장소를 알아내야만 한다. 그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키브린은 강하가 잘못되어 원래 목표하던 1320년이 아닌, (페스트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1348년에 강하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소설은 하드 SF는 아니다. 과학적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미래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엄밀한 SF도 아니다( 2054년 미래에 개인용 휴대 통신장비가 없다!...). 또, 치밀한 플롯, 복잡하고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반전 등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잡지 말아야겠다. 이 소설의 재미는 작가가 5년 동안의 자료조사와 준비를 통해 이뤄냈다는 생생한 중세의 묘사,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현대와 중세의 대비. 전염병을 이겨내려는 중세와 현대 사람들의 모습 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할 수 도 있는 스토리를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 캐릭터들의 모습도 이 소설의 재미이다.)

둠즈데이 북에서 그리고 있는 중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열악한 위생상태, 주거환경, 지식수준. 그런 상황에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퍼져나가는 페스트에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균에 대한 지식도 없고, 어떻게 병이 감염이 되는지도 알지 못했던 중세인들은 그저 페스트를 하나님이 내린 벌,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도 그럴것이 전 유럽인구의 1/3~1/2이 죽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페스트에 맞서 중세인들은 여러가지 모습을 보인다. 자포자기하고 미리 무덤을 파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들(페스트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이 사태에 대한 원흉, 비난할 사람을 찾는 사람, 종교의 힘으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신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페스트에 대처한다.  한 편 키브린은 이성적으로는 자신은 과거에 있고, 어찌됬든 이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으며, 자신이 역사를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페스트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막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좌절한다. 키브린의 모습을 통해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키브린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구원해줄 수 있었다. (키브린을 통해 죽는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로슈 신부의 마지막 장면은 눈물 글썽거리면서 읽었다 ㅠㅠ). 키브린을 보며 또다른 생각을 한 것이, 많은 지식과 첨단 기기들로 무장해 중세인들보다 우월해 보이는 우리도, 그러한 도움없이는 중세인과 똑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했다.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이룩한 현대 문명의 위대함, 인간이 이뤄온 진보의 역사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겟지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차이는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2054년위 모습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현대에 퍼져나가는 전염병도 처음엔 무시무시하게 퍼져나간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힘, 발달한 행정체계 등으로 인해 신속하게 전염지역을 격리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위험한 전염병이었지만, 중세의 페스트와 비교해 볼 때, 그 피해의 폭은 적은 편이었고 사람들의 대응도 체계적인 편이었다. 정부가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 위험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아직 완벽하진 않겠지만, 몇백년간 눈부시게 발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매우 다른 두 사회의 모습을 그리지만 한 편으로 사람사는 세상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장면들도 있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어린아이(귀엽더라...), 남녀간의 금지된 사랑(불륜...-_-), 고부갈등... 술자리에서 끝까지 달리는 사람..있을건 다있다..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그 안을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비슷한가보다.

소설 본연의 역할인 읽는 재미는 물론 중세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 이런저런 생각거리까지 주는 소설이었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City of God

신에게 버림 받은 도시. 법보단 총과 마약이 더 가까운 도시. 역설적이게도 그 도시의 별명은 '신의 도시'이다. 사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브라질 빈민가의 심각한 치안상태에 대해 접했었다. 중무장한 범죄조직들로 인해 시가지 내부에서는 조직들간의 총격전, 그들을 소탕하려는 공권력과의 전쟁이 만연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는 듯이 사살당한 조직원 시체옆을 지나가는 주민의 모습, 총격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구경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갱들간의 전쟁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하게 된 고민은 '저 도시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였다. 동전들고 군것질하러 슈퍼에 뛰어가야할 어린아이들이 총이나 돌멩이를 들고 단체로 가게를 털고, 강도 짓을 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폭력이 가득한 도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어린아이들이 범죄에 익숙해지며 자라나는 환경도 문제일 것이고, 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공권력(또는 부패하여 막지 않는 공권력)이 문제일 것이고, 마약 등의 범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구입하는 시민들도 문제이고, 빈민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쉬운 방법이 보이지 않아 범죄의 유혹에 빠지도록 하는 사회도 문제일 수 있겠다. 쉽지 않은 문제이고, 얽혀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 브라질 정부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치안 유지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편 이런 대형 범죄 조직은 마약과 같은 '경제 활동'과 연관이 있으므로 그런 경제 활동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정말 모든 것이 '돈'과 연관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다.

영화는 도시를 주름잡던 갱의 두목이 어린 아이들의 총에 맞아 죽고, 그 어린아이들이 미래의 갱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난다. 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결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론, 몇년 뒤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어떻게 치뤄질지, 두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브라질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2년 9월 3일 월요일

고쳐 쓴 한국 근대사 - 강만길


고쳐 쓴 한국 근대사

앞표지
창비, 2006 - 423페이지

역사에 대한 책을 종종 읽긴 했지만 주로 삼국시대, 가까워봤자 조선시대가 전부였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근대 역사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그래도 정상적인 근대사 수업을 들은 고등학생 정도의 지식은 갖추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1부: 양반 지배체제의 와해와 민중세계의 성장, 2부: 외세 침략과 국민국가 수립의 실패 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하지만 한계가 엿보였던 조선 후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2부에선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은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근대화에 가까이 있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웠던 것 뿐이지, 객관적으로는 아직도 봉건주의 사회를 한참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사회적으로는 양반 지배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고 양반의 권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양반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돈으로 신분을 사는 등의 방법으로), 평등 사상이 퍼져나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상업을 천시해서 거의 발전하지 못했던 조선 초기, 중기와는 다르게 상업이 조금씩 부흥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공업이나 산업이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거의 물물교환을 하던 이전과 다르게 조금씩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안정적으로 화폐를 유통시키지 못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화폐질서가 교란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문화적으로는 문호를 개방하고 서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기득권층이 권력 유지 욕심으로 쇄국 정책을 고수한 탓에 서양의 발달한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선 후기의 모습은 비합리적이고 효율성이 낮았던 조선의 봉건적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민중 세계에서는 퍼져나갔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긴 했지만 곧 닥쳐올 외세의 침입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근대 속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근대화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잡지 못한 것이다. 실학자들이 외국의 학문을 받아들이려 했고, 농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학자들은 기성 정치 세력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정치세력화하지 못했다. 농민운동은 어느 정도 힘은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정치 체제, 국가에 대한 인식에 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고 자신들의 삶을 힘들게 한 지방 관리 등을 처단하는 정도 밖에 해내지 못해, 산발적인 저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더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도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근대화를 추진한 쪽이 반대하는 쪽을 이길 수 있을 만한 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방 세력들, 지배층이 전부 선비, 양반들이여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데 반해, 일본은 지방 세력들이 제각각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앙 집권 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어 있었던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선의 문호 개방후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좀 더 한숨이 나오는데,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열강들의 침략을 제대로 방비하기에는 조선의 국가적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아보인다. 나름대로 조선도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면도 있다. 갑신정변, 갑오개혁 등이 그러한 예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들도 방법론적으로는 외세의 힘에 기대어 개혁을 하려고 한 한계점, 사상적으로는 현대적 공화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군주제에 머물러 있으려 했던 한계점이 있다. 또한 일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던 개혁이었던만큼 실제로 일본의 조선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개혁이었던 점도 없지않아 있었다.

또한 민족 자본 형성의 실패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열강들과의 불평등조약, 열강들의 조선 토지, 지하자원, 철도부설권 등의 침탈, 화폐개혁의 실패(정부의 무능력과 일본 화폐의 유입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한제국 의 힘든 상황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많은 민족운동이 있었는데, 갑오 농민전쟁, 독립협회 운동, 의병전쟁, 애국계몽운동 등이 있었다. 갑오농민전쟁과 의병전쟁은 주로 농민층, 서민층들의 무력 항쟁이었고,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은 지식인들 층의 운동이었다.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 등은 의병전쟁과 같은 무력항쟁과 연결되지 못해 지식인 층과 서민층 간의 통일된 힘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국계몽운동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모토아래, 국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활발한 교육운동을 비롯하여 많은 활동을 하였다.

조선 후기 개항 후부터 대한제국의 한일합방때까지 일본은 차근차근 조선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조선은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아있었고 안타깝게도 500년 사직을 문닫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조금 가는 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도층의 몇 번의 잘못된 결정, 잘못된 판단으로도 쉽게 일어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었겠지만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로부터 눈을 닫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만 했던 지도층의 잘못된 판단은 어떤 식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만으로도 나라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봉건주의적 군주제, 세도정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볼 수 있었고, 속도는 좀 느리고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얼마전에 읽었던 '제국: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에서의 영국과 조선을 비교해 보면서, 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 혁신, 개방 등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