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청어람미디어, 2002. 11. 20. - 344페이지
도쿄대생은 정말 바보가 되었을까? 일본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도쿄대의 학생들에 대해 이런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잡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쿄대생들은 바보가 아니다, 문제 풀이, 전공 지식에 관한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입시에서 요구했던 암기, 문제 풀이 능력 의외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른 능력들의 부족을 꼬집으며 그들이 바보가 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교양이 없다는 것이다.
교양이라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교양에 대해 각자가 가지는 생각이나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전공 지식과는 상관없는 인문학, 예술 등에 대한 지식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교양은 (내가 말한 것들도 물론 포함은 하지만) 그보다 더 일반적인 능력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한 마디로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류의 지적 유산을 상속할 수 있는 능력, 특정 영역의 지적 능력을 높이기 보다 전반적인 지적 능력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저자의 말에 따르면, 수많은 학문의 각각의 자세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전체 지식이 어떠하게 발전했고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넓은 시야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과와 문과를 나누어서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하는 교육제도를 비판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저자는 논리력, 표현력 (작문 능력), 정보 수집능력, 계획 세우기, 팀으로서 활동하기와 같은 특정 지식보다는 모든 지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자의 의견 중 일부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었지만 (학부 시절은 교양과목만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 외국 대학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는 부분..) 그 '의도'만은 충분히 동의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고등학교 시절의 입시를 떠올려보면,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들만 일주일 내내 배웠다(사실 배웠다기보다 그냥, 계속 반복했다는 느낌이다) .입시에 중요하지 않은 과목 시간들은 시간표와 성적표 상에만 존재할 뿐 사실은 자습시간에 불과했다. 그런 교육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 추론 능력, 인류 지식의 유산을 '즐기는 방법' 등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입시문제로서 지식들을 배울 뿐이었다. 나도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로 인해 뇌가 말라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대학에 와서는 상황이 훨씬 나아지기는 했다. 많은 수의 교양과목이 열리진 않았지만, 원하는 과목을 종종 들을 수 있었고, 전공도 내가 선택한 과목이기에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공대라는 특성상 전공공부에 대부분의 공부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었고, 전공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글쓰기 능력, 인문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지식 (요즈음은 이공계생들에게도 이런 지식이 더욱더 중요해 졌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이 분야의 공부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과 같은 것은 크게 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물론 모든 방면에 뛰어난 학생들도 있지만) 전공 지식은 풍부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거나 하는 능력등은 부족해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부터도 그렇다고 생각이 든다.
연구소의 한 명의 연구자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인문 사회 분야에 대한 지식, 글쓰기, 등의 교양이 없어도 어쩌면 그래도 괜찮게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직 해보지 않아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에서 우리가 서고자 하는 위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그러한 것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탁월한 전공 능력은 기본이고, 제네럴리스트로서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양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나를 돌아보았다.
일본 교육의 문제를 담은 책이지만 놀랄 만큼 우리나라의 이야기와 닮아있어 읽는 내내 공감을 했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채찍질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