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EMPIRE)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 국가를 이루고,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역사는 이러한 국가와 조직들의 역사이고, 그 안에서 살아나간 사람들의 역사일 것이다. 누구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고, 인간의 삶은 당연하게도 그러한 조직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많은 국가와 회사, 조직들이 있었다. 나는 항상 그러한 조직들이 어떻게 영향력을 가지게 되고 번성하고 쇠퇴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은 공공연하게 스스로를 제국이라고 불렀던 나라 중 가장 최근의 나라로서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닐 퍼거슨이라는 영국 출신의 학자가 쓴 영제국의 탄생과 번영, 그리고 쇠퇴의 역사는 나의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제국이라는 간결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의 내용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영제국의 시작에서부터 전성기 그리고 쇠퇴의 과정을 다루고 영제국이 세계에 미친 영향, 남기고 간 유산들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읽은 영제국의 시작과 끝은 결국 경제력이었다. 자신의 상품을 팔고, 자원을 사들여올 시장을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은 직접 영국인들이 건너가 개척을 한 식민지이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식민지들은 이미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루고 있어 소수의 영국인 관리자들을 통해 식민지를 지배하는 형태를 띄었다. 인도는 영국의 제국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엄청난 인구와 영토를 가진 인도를 다스림으로써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세계지배에 대해 어느 정도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식민지배가 나빳던 점은 인정하지만, 영국의 식민지배가 다른 국가들의 식민지배에 비해 훨씬 식민지 국민들에게 우호적이고 '덜 나쁜' 지배였다고 말한다. 영국이 퍼뜨린 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는 비록 식민지라는 수단을 거쳐 전파되었지만, 현대사회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말하고있다. 나도 어느정도 저자의 의도에 공감은 하게 되었다. 물론 영국이 좋은 의도로 식민지배를 한 것도 아니고, 식민지 국민들의 생활이 풍요롭고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현재의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는데 어느정도 도움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 알고있던 사실과는 다르게, 영국의 지배는 생각보다 잔혹하지 않았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배운 나로써는 영국의 인도지배가 의외로 공존의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영국인 관리자들의 수나 군인의 수는 많지 않았고, 인도인을 교육시키고, 군대화 시켜 인도를 지배하였다. 인도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인도인을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상당히 놀랐다. 영국의 세계 지배는 생각보다 많은 자치를 식민지에게 건네줌으로써 (미국 독립에서 얻은 교훈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제국을 유지하는 데 매우 적은 비용을 소비하였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식민지들도 자치권을 인정해주되 여왕의 밑에 있도록 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또 영국은 자신들의 문화,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주도의 식민지 정책도 있었지만, 종교인들의 자발적인 선교(라고 쓰고 식민지배라고 읽는다)활동이나, 상인들의 무역을 위한 시장 확보 등으로 식민지배가 많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민간에서의 많은 활동들로 영국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제국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크기의 시장과 그 시장에 상품을 공급할 산업 기반 (산업혁명으로 인해 막대한 생산량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올 나라가 없었던 막강한 해군의 힘을 바탕으로 영국은 18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통일 후 급격하게 추격해왔던 독일이 일으킨 세계 일, 이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영국은 엄청난 전비를 소모했고, 세계대전 뒤에는 그 많던 식민지들도 독립시키게 되었다. 영국은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지만, 경제적 피해를 만회하지 못하고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미국과 소련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영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고 강한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라고 나한테 묻는다면 한마디로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가장 먼저 식민지 진출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앞서나가던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따라 시작하게 된 영국의 세계진출이 그들을 따라잡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같이 철저히 식민지를 파괴하고 약탈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물론 그렇게 한 지역도 있었다) 어느정도 지역 문명과의 협력을 유도했다는 점, 강력한 해군력을 갖추었다는 점, 단순히 군사적, 상업적인 지배만이 아닌 문화적인 전파를 시도했다는 점, 중요한 대륙, 식민지를 차지했다는 점(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등등 여러요인이 겹쳐져서 영제국을 만들어낸 것 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때 가장 번창했던, 그리고 그 위치에서 내려오게 된 영국의 예시에서 우리가 배울 것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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