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일 목요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 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앞표지
부키, 2007 - 383페이지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물건들, 먹는 음식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하나하나 알아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도 흔치않다. 사용하는 노트북은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스마트폰도 외국기업의 제품이며 먹는 음식들도 세계 곳곳에서 수입해온 재료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자유로워진 무역은 우리에게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도 해주고, 국내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동기도 주는 좋은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WTO, IMF등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자유시장, 작은 정부, 규제의 최소화 등) 이 경제 발전의 해법이라고 생각하여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자유무역을 권하고, 국내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에도 충고를 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지난 25년여의 시간동안 지속되어 왔고 수 많은 개빌도상국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세계화 정책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책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안들이다.

이 책의 요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유시장, 세계화는 어느 정도 개발이 되고 세계 무대에서 싸울 능력을 갖춘 나라-한국도 이 단계에 어느정도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에게 유리한 체제라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자유시장이 이익을 줄 순 있지만 눈 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나라 경제 자체의 성장을 위해선 무조건적인 세계화가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책의 앞의 두 단원 정도는 현재 잘 사는 나라들이 어떻게 부를 쌓아나갔는지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그 뒤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정확히 자유무역, 외국인 투자규제, 민영화와 공기업문제, 지적재산권, 재정 건전성,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문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신자유주의자들의 견해에 대해 반박한다) 단순한 주장들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현재의 선진국들이 외국인 투자규제, 자유무역등을 어떻게 이용하여 자신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나갔는지를 보여주고, 민영화와 공기업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여러 예시를 보여준다. 또, 지적재산권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현재 지적재산권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서도 예시를 들어 말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논점들이 수많은 예시와 레퍼런스등을 통해 제시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들은 적이 있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기반으로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에게든 이익을 준다는 주장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의 핵심 중 하나이다. 장하준 교수는, 비교우위론은 물론 맞는 이론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론에서 가정한 간단한 상황은 둘째치고라도, 비교우위론에 따라 자신이 현재 잘하는 것 (개발도상국의 경우 보통 큰 생산성을 갖지 못하는 산업이나 자원 수출정도에 그칠것이다)에 집중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현재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이 60년대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의 공업국가로 변할 수 없었을 것이고, 미국, 일본들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여러 주장들이 그들의 말처럼 간단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언뜻 나빠보이는 재정 적자도 그 필요성이 존재할 때가 있고,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규제들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그 나라의 경제적 역량을 높이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번영의 이유가 자유로운 무역이라고 말하며 개발도상국들에게 규제를 없애고 관세를 줄이고 자신이 현재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항상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부터도 60,70년대 아무런 제한없이 초국적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업을 했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은 존재 하지 않았을 것 같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테니까), 아직까지도 의류, 가발 등이나 파는 나라이지 않을까싶다.

물론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뒤부턴 그러한 보호막이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겠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뒤에는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도 발전이 가능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자유무역이나 세계화 등이 대부분의 경우에 좋고,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야 할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된다면 소비자들도 좀 더 좋은 선택이 가능하고 기업들도 정말 능력있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고 각각의 나라들마다 경제수준이 너무나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보호막없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같이 형식적으로만 '공평'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우리나라는 이제 우리 내부에서만 경쟁하기보다 세계와 경쟁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국가 내부의 경쟁이 너무 심해진 상태라고 생각하고, 좁은 한국만을 보고 경쟁하기보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고 경쟁할 수준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정부의 보호막을 바탕으로 많은 역량을 키웠으니 이제 나가서 경쟁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한국 위의 북한을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게도 역량을 키울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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