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 김영범



(하루에 떠나는) 철학여행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
출간일 : 2012년 07월 05일 | ISBN : 9788997976010
페이지수 : 341쪽 | 판형 : 규격외 변형 | 72시간 이내 출고 가능
부록: 별책부록

도서분야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사


서양 고대철학부터 중세, 근대, 현대까지 훑고 있는 책. 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철학자들을 시대별로 분류해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각 철학자들간의 관계(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고, 누구누구는 서로 대립관계이고)를 보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이 눈에 띄는 점(부록으로 큰 브로마이드에 철학자들의 대표할 수 있는 한 문장과 함께 철학자들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그림을 준다).

서양 철학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도 한 번씩 들어볼 수 있고, 간단하게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으니. 나의 경우 막연히 이름만 들어봤던 니체에 대해 인식이 좀 바뀌게 되었는데, 허무주의라고만 단순히 알고있던 니체가 사실은 수동적 니힐리즘(일시적이고 곧 사라져버릴 운명의 삶을 하찮고 허무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능동적 니힐리즘(변해버리고 사라지고 새롭게 생성되는 세계를 받아들이고-그런 것을 허무하게 받아들이는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삶에서 긍정적 가치를 얻어내려는 것)을 추구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그 밖에도 이름만 들어봤었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단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

다만 근대, 현대로 올수록 개념이 어려워져서인지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짧은 설명만으론 그 이론을 잘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철학자들에 대한 인상과 개념은 간단히 잡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독서에 방향성을 주는 입문서 역할로는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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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나온 55명의 철학자 중 몇몇 관심이 생겨 더 읽어보고 싶은 철학자들

플라톤, 버클리, 흄,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베르그송, 니체, 비트겐슈타인, 라캉, 푸코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둠즈데이 북 - 코니 윌리스


둠즈데이 북

앞표지
열린책들, 2005. 2. 10. - 820페이지
위트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 코니 윌리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14세기 중세 영국으로의 시간 여행기를 담고 있다. 「화재 감시원」에서 시작하여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이어지는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두 시대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작가 특유의 코믹한 화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중세학을 전공하는 키브린은 꿈에도 그리던 1320년으로의 시간 여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키브린이 빛과 함께 과거로 사라짐과 동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그녀가 언제 어디로 갔는지 유일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기술자는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쓰러진다. 한편 중세에 도착한 키브린 역시 끊임없이 울리는 종소리가 불길하게만 느껴지는데....

작가는 '시간여행'을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일종의 장치로 이용할 뿐 이러한 시간 여행이 과거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한다. SF 특유의 과학적 사고에 치중하기 보다는 페스트가 막 돌기 시작한 작은 마을을 통해 중세 영국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전하는 한편, 가공할 고통에 맞서는 인간들의 불굴의 의지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처음 작품이 발표되었던 1992년 당시 SF 최고의 권위를 누리고 있던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작가에게 안겨주기도 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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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네트'라는 장치가 보편화되어 역사연구에 사용되고 있는 2054년의 이야기와, '네트'를 통해 중세로 떠난 역사학과 학생 '키브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네트'라는 시간여행 장치가 다른 매체들에서 보아왔던 시간여행 장치와 다른점은 '네트'를 통해 시간여행을 함으로써 '인과모순'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 현대의 의약품 - 항생제, 백신-등을 과거로 가져가 전염병을 치료하여 역사를 바꿔버릴 수도 없고, 최신 무기를 가지고 가 세계정복을 할 수도 없다. 역사를 바꿀 만한 것은 물건이든, 바이러스든, 어떤 것이든 네트를 통과할 수 없다. 심지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떨어질 수 도 없는데, 이는 '네트'가 인과율을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내부적인 원리에 의해 시간, 공간적 편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키브린은 역사학과 학생이다. 자신을 매우 아끼는 던워디 교수님이 중세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며 계속해서 만류하지만, 결국 1320년 페스트가 발병하기 28년 전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키브린이 과거로 떠남과 동시에 네트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를 시작으로 2054년 현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진다. 오퍼레이터는 던워디 교수에게 와서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의식을 잃는다.
중세로 떠난 키브린도 오퍼레이터가 걸린 병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길에 쓰러지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이 키브린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을로 옮겨간다. 그 때문에 키브린은 자신이 어떤 장소에 강하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현대로 돌아가기 위하여 키브린은 그 장소를 알아내야만 한다. 그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키브린은 강하가 잘못되어 원래 목표하던 1320년이 아닌, (페스트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1348년에 강하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소설은 하드 SF는 아니다. 과학적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미래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엄밀한 SF도 아니다( 2054년 미래에 개인용 휴대 통신장비가 없다!...). 또, 치밀한 플롯, 복잡하고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반전 등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잡지 말아야겠다. 이 소설의 재미는 작가가 5년 동안의 자료조사와 준비를 통해 이뤄냈다는 생생한 중세의 묘사,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현대와 중세의 대비. 전염병을 이겨내려는 중세와 현대 사람들의 모습 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할 수 도 있는 스토리를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 캐릭터들의 모습도 이 소설의 재미이다.)

둠즈데이 북에서 그리고 있는 중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열악한 위생상태, 주거환경, 지식수준. 그런 상황에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퍼져나가는 페스트에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균에 대한 지식도 없고, 어떻게 병이 감염이 되는지도 알지 못했던 중세인들은 그저 페스트를 하나님이 내린 벌,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도 그럴것이 전 유럽인구의 1/3~1/2이 죽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페스트에 맞서 중세인들은 여러가지 모습을 보인다. 자포자기하고 미리 무덤을 파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들(페스트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이 사태에 대한 원흉, 비난할 사람을 찾는 사람, 종교의 힘으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신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페스트에 대처한다.  한 편 키브린은 이성적으로는 자신은 과거에 있고, 어찌됬든 이 사람들은 이미 다 죽었으며, 자신이 역사를 바꿀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페스트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막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좌절한다. 키브린의 모습을 통해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키브린은 주변 사람의 마음을 구원해줄 수 있었다. (키브린을 통해 죽는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로슈 신부의 마지막 장면은 눈물 글썽거리면서 읽었다 ㅠㅠ). 키브린을 보며 또다른 생각을 한 것이, 많은 지식과 첨단 기기들로 무장해 중세인들보다 우월해 보이는 우리도, 그러한 도움없이는 중세인과 똑같은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했다.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인간이 이룩한 현대 문명의 위대함, 인간이 이뤄온 진보의 역사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겟지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차이는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2054년위 모습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현대에 퍼져나가는 전염병도 처음엔 무시무시하게 퍼져나간다. 다행히 현대 의학의 힘, 발달한 행정체계 등으로 인해 신속하게 전염지역을 격리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위험한 전염병이었지만, 중세의 페스트와 비교해 볼 때, 그 피해의 폭은 적은 편이었고 사람들의 대응도 체계적인 편이었다. 정부가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 위험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아직 완벽하진 않겠지만, 몇백년간 눈부시게 발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매우 다른 두 사회의 모습을 그리지만 한 편으로 사람사는 세상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장면들도 있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어린아이(귀엽더라...), 남녀간의 금지된 사랑(불륜...-_-), 고부갈등... 술자리에서 끝까지 달리는 사람..있을건 다있다..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그 안을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비슷한가보다.

소설 본연의 역할인 읽는 재미는 물론 중세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 이런저런 생각거리까지 주는 소설이었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City of God

신에게 버림 받은 도시. 법보단 총과 마약이 더 가까운 도시. 역설적이게도 그 도시의 별명은 '신의 도시'이다. 사실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브라질 빈민가의 심각한 치안상태에 대해 접했었다. 중무장한 범죄조직들로 인해 시가지 내부에서는 조직들간의 총격전, 그들을 소탕하려는 공권력과의 전쟁이 만연했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는 듯이 사살당한 조직원 시체옆을 지나가는 주민의 모습, 총격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구경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갱들간의 전쟁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하게 된 고민은 '저 도시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였다. 동전들고 군것질하러 슈퍼에 뛰어가야할 어린아이들이 총이나 돌멩이를 들고 단체로 가게를 털고, 강도 짓을 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폭력이 가득한 도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어린아이들이 범죄에 익숙해지며 자라나는 환경도 문제일 것이고, 범죄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공권력(또는 부패하여 막지 않는 공권력)이 문제일 것이고, 마약 등의 범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구입하는 시민들도 문제이고, 빈민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쉬운 방법이 보이지 않아 범죄의 유혹에 빠지도록 하는 사회도 문제일 수 있겠다. 쉽지 않은 문제이고, 얽혀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 브라질 정부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치안 유지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 편 이런 대형 범죄 조직은 마약과 같은 '경제 활동'과 연관이 있으므로 그런 경제 활동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정말 모든 것이 '돈'과 연관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다.

영화는 도시를 주름잡던 갱의 두목이 어린 아이들의 총에 맞아 죽고, 그 어린아이들이 미래의 갱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끝난다. 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결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론, 몇년 뒤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어떻게 치뤄질지, 두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브라질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2년 9월 3일 월요일

고쳐 쓴 한국 근대사 - 강만길


고쳐 쓴 한국 근대사

앞표지
창비, 2006 - 423페이지

역사에 대한 책을 종종 읽긴 했지만 주로 삼국시대, 가까워봤자 조선시대가 전부였다. 지금의 한국의 모습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근대 역사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그래도 정상적인 근대사 수업을 들은 고등학생 정도의 지식은 갖추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1부: 양반 지배체제의 와해와 민중세계의 성장, 2부: 외세 침략과 국민국가 수립의 실패 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하지만 한계가 엿보였던 조선 후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2부에선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이 어떻게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가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은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근대화에 가까이 있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웠던 것 뿐이지, 객관적으로는 아직도 봉건주의 사회를 한참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사회적으로는 양반 지배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고 양반의 권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양반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돈으로 신분을 사는 등의 방법으로), 평등 사상이 퍼져나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상업을 천시해서 거의 발전하지 못했던 조선 초기, 중기와는 다르게 상업이 조금씩 부흥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공업이나 산업이 발전하지는 못하였다. 거의 물물교환을 하던 이전과 다르게 조금씩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정부가 안정적으로 화폐를 유통시키지 못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화폐질서가 교란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문화적으로는 문호를 개방하고 서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기득권층이 권력 유지 욕심으로 쇄국 정책을 고수한 탓에 서양의 발달한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선 후기의 모습은 비합리적이고 효율성이 낮았던 조선의 봉건적인 제도에 대한 불만이 민중 세계에서는 퍼져나갔고, 조금씩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긴 했지만 곧 닥쳐올 외세의 침입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근대 속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근대화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잡지 못한 것이다. 실학자들이 외국의 학문을 받아들이려 했고, 농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학자들은 기성 정치 세력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정치세력화하지 못했다. 농민운동은 어느 정도 힘은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정치 체제, 국가에 대한 인식에 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고 자신들의 삶을 힘들게 한 지방 관리 등을 처단하는 정도 밖에 해내지 못해, 산발적인 저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더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도 근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근대화를 추진한 쪽이 반대하는 쪽을 이길 수 있을 만한 힘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방 세력들, 지배층이 전부 선비, 양반들이여서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데 반해, 일본은 지방 세력들이 제각각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중앙 집권 체제가 어느 정도 약화되어 있었던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선의 문호 개방후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좀 더 한숨이 나오는데,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열강들의 침략을 제대로 방비하기에는 조선의 국가적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아보인다. 나름대로 조선도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면도 있다. 갑신정변, 갑오개혁 등이 그러한 예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들도 방법론적으로는 외세의 힘에 기대어 개혁을 하려고 한 한계점, 사상적으로는 현대적 공화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군주제에 머물러 있으려 했던 한계점이 있다. 또한 일본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던 개혁이었던만큼 실제로 일본의 조선 진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개혁이었던 점도 없지않아 있었다.

또한 민족 자본 형성의 실패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열강들과의 불평등조약, 열강들의 조선 토지, 지하자원, 철도부설권 등의 침탈, 화폐개혁의 실패(정부의 무능력과 일본 화폐의 유입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대한제국 의 힘든 상황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많은 민족운동이 있었는데, 갑오 농민전쟁, 독립협회 운동, 의병전쟁, 애국계몽운동 등이 있었다. 갑오농민전쟁과 의병전쟁은 주로 농민층, 서민층들의 무력 항쟁이었고,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은 지식인들 층의 운동이었다.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 등은 의병전쟁과 같은 무력항쟁과 연결되지 못해 지식인 층과 서민층 간의 통일된 힘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국계몽운동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모토아래, 국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활발한 교육운동을 비롯하여 많은 활동을 하였다.

조선 후기 개항 후부터 대한제국의 한일합방때까지 일본은 차근차근 조선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조선은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아있었고 안타깝게도 500년 사직을 문닫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조금 가는 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도층의 몇 번의 잘못된 결정, 잘못된 판단으로도 쉽게 일어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었겠지만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로부터 눈을 닫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만 했던 지도층의 잘못된 판단은 어떤 식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만으로도 나라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봉건주의적 군주제, 세도정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볼 수 있었고, 속도는 좀 느리고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얼마전에 읽었던 '제국: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는가'에서의 영국과 조선을 비교해 보면서, 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 혁신, 개방 등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 책이었다.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화차 - 미야베 미유키


화차(개정판)(개정판 2판)

앞표지
시아출판사, 2006. 10. 31. - 461페이지





미야베 미유키는 재밌는 글을 쓴다. 화차는 내가 읽은 세 번째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다 (이전에 읽은 두개는 '모방범'과 '낙원'). 모방범도 그렇고 화차도 그렇고 독자들에게 중간 즈음부터 범인을 알려주는데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며 진행시켜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화차는 1992년 출판된 작품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점점 대중화 되고 그로인해 생기는 사회문제들을 엿볼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당시 별다른 자격 검사도 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여 제대로 된 경제 관념도 없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 돈이 없어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카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수많은 빚을 지고 한 카드의 빚을 다른 카드의 빚으로 막는 돌려막기를 하다가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가족이 자살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뉴스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뉴스였다.

화차는 그런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발생한 한 사건, 신용카드로 인한 빚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버린 한 여자의 범죄를 추적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혼마'의 부인쪽 친척에서부터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간단해 보이는 부탁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혼마는 예상치 못한 발견들을 하게된다. 사라진 약혼녀의 신분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둑질 한 것이었고, 혼마는 진짜 쇼코와 가짜 쇼코의 과거를 더듬어 나가며 사건의 진상에 도달해 나간다.

이 책을 보면서 두가지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작가가 의도했듯이, 신용카드로 인한 많은 개인파산자들, 관련 범죄 등의 문제에 대한 생각이다. 지불을 나중으로 미루고 긁기만하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신용카드의 무서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 한번쯤 꼭 사고 싶은것, 급하게 사야하는 물건이 있지만 돈이 없다면, 신용카드를 이용해 '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먼 앞날의 걱정이나 문제보다 눈 앞의 이익을 더 쫓아가기 때문에 그런일이 생길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은 불확실하기도 하고 체감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 돈을 안내도 다음달에 갚기만 하면 원하는 물건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얼마나 이겨내기 힘든 유혹일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카드 빚으로 죽고, 범죄를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고, 생활이 파탄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문제를 가볍게 개인의 선택이라고만 남겨두기엔 심각성이 큰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개인의 자제력 부족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현명하게 소비를 하고 실수없이 살아가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해 경제적인 늪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책임을 지게 하되 그런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그런 제도들이 꽤 있을 것도 같다. 개인파산 제도라던지, 신용불량자들이 빚을 갚아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기관이라던지).

두번째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서류 위의 문자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출생, 교육, 결혼, 가족관계, 이사, 이혼, 사망 등 개인의 대소사가 모두 서류로 기록되어진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명을 훔쳐 들키지만 않으면 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고, 내 기록을 지워 버린다면 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느낌이 묘하다고 해야하나,, 무튼 그렇다.

이것저것 생각이 들랑말랑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만 그건 둘째치고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첫번째 덕목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그 점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대학원

대학원 입시 결과가 나온지 3주쯤 된 것 같다. 별 어려움 없이 붙을거라 예상했고 역시나였다. 새로운 곳으로 한 발자국 내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큰 감흥없이 당연스레 받아들였다. 평범한 사람인지라, 왜 진작 좀 더 준비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후회가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계속 뒤만 돌아보고 있다고 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 앞을 보고 나아가야지-라는 생각으로 후회남지 않을 대학원 생활을 보내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적극성이었다, 라고 나는 스스로 결론지었다. 나름 열심히 살았고, 학점도 그냥저냥 괜찮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손에 쥐게 된 이유, 적극적인 태도. 쏟아져나오는 과제를 듀에 맞춰 막아냈고, 봐야만 하는 시험을 한두주 빡세게 공부해 괜찮게 치뤄냈다. 방학동안은 평범하게 과외를 하거나 연구실에서 학부생 연구를 하면서 주로 보냈다. 하루하루 바쁜 학교 일정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되돌이켜 보면 더 도전해보고 삽질해볼 만한 여지가 많이 남아있었다.

학부생에서 대학원생으로 5년만에 신분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탓에, 새로운 기분이 썩 많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익숙해지고 활력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좀 더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동기부여를 하려고 노력한다. 주변 친구들, 선배들도 보지만 내가 가지 못한 더 좋은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애들과 같이 뛰어가려고 하고 있다.

대학원 생활은 학부 시절에 바빳던 것은 우스워 보일 만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이라고 한다. 그런 생활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이루려 하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얼마나 흔들리고 좌절하고 도태되기 쉬울까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남은 학부 한학기,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려 한다. 막연하게, 흐릿하게 가지고 있는 목표를 좀 더 구체화 시키고 적극적으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6년 뒤, 뿌듯한 마음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말이다.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4개의 통장 - 고경호



4개의 통장. 1

앞표지
다산북스, 2009. 1. 10. - 248페이지





재테크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꽤 도움이 된 책이다. 실제로 재테크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

1장. 부의 방정식
이 책에서 말하는 부의 방정식은 구체적인 자신만의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을 들여 꾸준히 '복리'로 투자하는 것이다. 실현가능한 목표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목표를 의미한다. 500억을 벌겠다! 이런것은 꿈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목표로 세우고 계획을 진행시키기엔 힘든 목표이다. 또, 복리의 위력을 실제 숫자를 통해 보여주어 꾸준히 시간을 들여 복리투자하는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2장. 돈관리의 정석
지출, 예비자금, 투자 세가지 항목에서의 돈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지출: 공적 지출, 고정 지출, 변동 지출, 계절성 지출이 있다. 우리가 조절 가능한 변동 지출에서 돈을 아껴야 한다. 생활이 힘들 정도로 무리해서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예측이 가능하도록 매 달 일정한 규모의 돈을 소비하도록 해야한다. 월간 지출 금액을 3달 정도 파악하여 평균 값으로 매달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될 것같다.

예비자금: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시에 쓸 수 있는 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통상 월평균 지출액(고정 지출 + 변동 지출)의 3배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예비자금이 없다면, 갑작스레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현재 투자중인 상품을 해지하거나 돈을 빌려야 하므로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예비자금에 적합한 금융상품은 유동성이 충분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MMF나 CMA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커다란 질병이나 사망등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도 들어놓는 것이 좋다.

투자: 복리투자의 지속! 적은 수익률이라도 장기간 꾸준히 유지할 것. 투자 법칙 1순위는 '잃지 않는 것!'

3장. 돈관리 시스템

4개의 통장을 이용한다.
1. 급여통장: 급여수령, 고정지출관리
2. 소비통장: 변동지출관리
3. 투자통장: 투자관리
4. 예비통장: 예비자금 관리

1년에 한두 번 정도 돈 관리 상태를 점검해본다.

4장. 자산과 부채의 이해

자산은 수익을 생성한다. 부채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좋은 부채는 자산을 보유하기 위한 것, 나쁜 부채는 나쁜 자산을 보유하기 위한것이다. 자산을 늘리는 것이 부자가 되는 방법.


5장. 실전 투자 관리

실제로 투자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단원. 많은 내용이 있지만, 요약해보면:

보통 사람들이 목돈을 필요로 하는 시기는 결혼자금마련, 주택자금마련, 자녀대학자금마련, 자녀결혼 자금마련, 노후자금마련등이다. 보통 가장 빨리 다가올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경향이 있지만,장기적으로 보고 준비가 안 되어있을때 가장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부터 대비를 해 나가야한다. 다양한 주식형 펀드, 연금형 보험 등을 통해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와 리스크를 가진 투자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채권형:주식형의 비율을 50:50 정도를 기준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은 채권형을 공격적인 사람은 주식형의 비율을 늘려 투자를 한다. 단, 가까운 미래에 목돈을 사용할 계획이 있다면 채권형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필요한 시기에 정확히 돈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보고 (정기 예금의 금리를 보고) 투자 비율을 재조정해주어야한다. (너무 자주 재조정하는 것은 좋지않다. 일년에 한번 정도)


책을 보면서 내년부터 규칙적인 수입이 생기게 될 텐데 어떻게 시작할 지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재테크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